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지난 7월 24일 자신이 작년 3월 "선관위에 신고 없이 권노갑 전 의원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는 등 정치자금법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 양심고백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결심공판을 받는 최후진술에서 "우리 사회는 원칙과 상식대로 하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해지도록 만드는 야만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말은 당시 항간의 화제가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야만성은 우리들 삶의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집단시위의 현장일 것이다.
요즘 툭하면 도로를 막고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시위대는 시내의 간선도로뿐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저속 운행을 하거나 점거 시위를 벌여 사실상 도로기능을 마비시켜 애꿎은 시민들만 골탕을 먹는 일이 그러하다.
이같은 화풀이 시위는 집단적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7월 한달 동안만 해도 개인들이 화풀이 시위를 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군청이 양어장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군청 앞마당에 자신의 논바닥에 쌓여있던 쓰레기를 옮겨다 쏟아 부은 일, 무면허운전 등의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사람이 앙갚음으로 파출소에 독사 20여 마리를 풀어놓은 사건, 벽돌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군청이 방파제 신축공사를 하는 바람에 배에 실린 벽돌용 모래를 하역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며 홧김에 군수관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했던 경우 등 하나하나 예를 들 수 없을 만큼 많다.
우리는 흔히 존중해야 마땅할 가치로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평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서울 용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행태가 그러한 본보기일 것이다.
그 학교의 학생수가 크게 줄어 교내의 남아도는 부지를 초등학교 시설을 증축하는 데 쓸 필요가 없어지자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맹아학교의 일부 직업교육 시설을 그리로 옮기려 하자 용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혐오시설이라며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등의 반대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같은 '님비'현상은 우리 사회의 곳곳에 만연되어 있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시설로 만들어 주겠다고 해도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 쓰레기 하치장을 설치하는 일을 한사코 반대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혐오시설이라며 설치를 반대하는 비인도적 행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야만적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만드는 까닭은 그러한 비인도적 행위나 '님비'현상이 집값의 하락 때문에 일어난다는 데 있다.
이같은 집단이기주의는 결국 우리 사회가 물신(物神)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은 개인의 손익계산서에서 배제되기 마련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데 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도 지불할 용의가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이라면 우리는 공동체를 들먹일 자격을 이미 폐기처분한 바와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망각(?)하고 공동체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어찌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증거하는 일들이 그같은 물신숭배의 집단이기주의뿐이랴. 한동안 뜸하다가 요즘 다시 일어나고 있는 자녀와의 동반자살이야말로 야만성의 극단일 것이다.
생활고를 더 이상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엄마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자식들을 고층아파트 밖으로 던져버리는 비정함은 야만을 넘어 악마나 할 짓이다.
그 사건기사를 읽고 속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랴.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남아있는 사회가 야만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지금까지 예로 든 것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마치 우리 사회가 야만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되고 있는 가장 큰 까닭은 우리 사회가 존중하고 공유해야 할 가치와 규범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무규범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처방이 긴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문명세계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되는 가치와 규범을 재정립하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국가의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