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니버시아드 선수촌이야기-(3)병원

메달을 바라고 참가한 선수들에겐 조그만 질병도 경기를 망칠 수 있는 위험 요소. 이 때문에 선수촌병원을 맡은 경북대병원 관계자들은 집단환자 또는 긴급환자 발생 가능성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들은 공식적으로는 선수촌 개촌일인 14일부터 대회가 끝나고 난 다음달 3일까지 21일 동안 근무할 예정. 그러면서 스스로 이 병원을 '야전병원'이라 불렀다.

◇한국 의술 인상 깊게 심어줄 터

선수촌병원 간호부장 김은경(43) 간호사는 23년차 베테랑. 특히 응급실과 마취과에서만도 11년을 근무해 긴급 상황에 익숙하다.

그래서 U대회에선 긴급상황일 경우 의사 몫까지 맡을 참. 그러나 김 간호사는 스스로를 선수촌병원의 '안방 살림꾼'이라고 했다.

본업 외에 이것저것 살림살듯 챙기는 일도 자신의 몫이라는 얘기였다.

지난 11일부터 벌써 종일 근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문의 서준석(28)씨도 본원과 선수촌병원을 오간 지 벌써 한달이나 됐다고 했다.

그동안은 이곳 응급실 업무 계획을 세우고 자재를 챙기는 일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고. 본원에는 짐 정리, 물품 구입 등을 맡는 직원이 따로 있지만 이곳에서는 그 모두를 손수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월엔 보름간 일본에서 파견근무를 하기도 했다며 "선진 병원 근무 경험을 U대회 선수 치료에 맘껏 발휘해 정성 가득한 진료로 세계인의 가슴에 대구의 좋은 인상을 깊이 새겨 놓겠다"고 했다.

10대 때 미국 영화 'ER'(Emergency Room, 응급실)을 본 뒤 응급의학과를 택했다는 서씨는 진료 때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애로로 언어 소통 문제를 꼽았다.

선수 환자가 영어를 할 줄 알면 문제가 없으나 희귀어를 쓸 경우 진찰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것.

류정숙(40) 간호사는 휴가 때를 이용해 선수촌병원에서 일하기로 한 경우. 17년 간호사 생활 중 13년을 중환자실에서 근무해 긴급환자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는 류 간호사는 "긴급 환자나 집단 발병이 있을 경우 한밤중이라도 뛰어나올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본원 근무가 바빠 매일 올 수 없는 것만이 아쉬운 점이라고.

◇세계인 교유에 기대도

본원 진료행정실에서 파견 나와 원무를 도맡은 류철웅(34)씨는 인력·물자 등의 출입을 챙기고 대회 조직위와도 상대하느라 매우 바쁘다고 했다.

물자가 들어오고도 진료부서별로 배치하는 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것. 선수들의 입촌이 시작된 후엔 더 바빠질 것이라는 류씨의 희망은 집단 환자, 중증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대회가 무사히 끝나는 것이었다.

중앙수술실 3년차 간호사 박선영(26)씨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이곳 근무를 반겼다.

같은 부서 많은 동료들이 봉사를 자원했지만 자신만 오게 됐다며 아쉬워할 정도. 박씨는 의사와 환자, 의사와 의사, 여러 진료과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그 일이 간호사의 몫이라는 얘기.

김은경 간호사도 "세계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경험을 기대해 지원했다"고 했고, 전문의 서준석씨도 "응급실에서 전세계 젊은이들과 교유할 것"이라고 했다.

류정숙 간호사 역시 12세, 10세된 아들들이 자라면 외국으로 보낼 생각도 갖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 감각을 익히고 어학 실력도 발휘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촌병원 총 170여명 근무

선수촌병원은 개촌일인 14일 문을 열어 다음달 3일까지 21일간 운영될 예정. 경북대병원이 운영하며 선수·임원뿐 아니라 이곳 자원봉사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내과, 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안과, 치과, 한방과 등 7개과가 개설됐고 그 외 과목 환자는 경북대병원 본원으로 이송해 치료할 계획.

여기서는 1차 진료, 응급처치, 간단한 외과적 수술, 물리치료, 스포츠한방 물리치료가 제공되며 소변을 이용한 약물검사도 가능하다.

응급실 등은 24시간 운영하되 정상진료는 오전9시~밤9시 사이 문을 열어 24시간 이내 간병 및 진찰이 필요한 환자만 대상으로 한다.

그 이상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본원으로 이송해 진료하도록 계획돼 있다는 것.

병원은 국제구역 중학교 신축건물 1, 2층에 마련됐다.

병상 10개 내외에 순환근무 의사 총 59명, 간호사 26명, 약사 6명, 의료기사 20명, 원무 인력 21명, 군 의무 지원인력 40명 등이 주축이 돼 근무한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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