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수촌 매너 천태만상-나라별 생활문화

전세계 수천명이 모여 생활하는 선수촌에서는 나라별 갖가지 생활문화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때문에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자신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접해 온 사람들에 따르면, 우선 각종 시설 사용에서부터 나라별로 양태가 크게 달랐다.

영국·미국·이탈리아 등의 선수들은 숙소를 비교적 깨끗하게 사용해 시설물 훼손 사고도 없었다.

반면 한 국가 선수단은 형광등 갓을 깨고 방충망이 설치돼 있는 것을 모르고 돌진했다가 망을 망가뜨려 놓기도 했다.

초기에는 일부 후진국 선수들이 화장실 변기 사용법을 몰라 지저분하게 만들어 놓기도 했으나 나중에야 많이 익숙해져 별문제가 없어졌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생활 태도에서도 선수들은 극과 극의 차이를 보였다.

일부 국가 선수들은 신발·양말은 물론 속옷까지 벗어 아무 곳에나 던져두고 콘돔이 침대에서 그대로 발견된 일도 적잖게 있었다.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하고 거실 바닥에 구토한 흔적이나 간밤에 술자리를 벌였던 흔적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선진국의 한 여자선수 숙소에서는 여성용 비품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지저분하게 버려져 있어 놀라게 했다.

부유한 어떤 국가 선수들은 돈을 숙소 내 곳곳에 던져 둬 이상하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식당에서는 식사 태도만 보고도 어떤 나라 선수인지가 분간될 정도였다.

유럽 등의 선수들은 배식대 앞에 줄을 서 기다리다 자신의 순서에서 음식이 떨어져 자원봉사자들이 급하게 추가로 마련해 올 때도 "괜찮습니다"(No Ploblem)라며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여유롭게 식사하는 편이었다.

반면 상당수 국가 선수들은 뷔페식이어서 자신의 식판은 스스로 반납해야 하는데도 이런 식사에 익숙지 못한듯 그냥 두고 가거나, 남은 음식물을 분리 배출하지 않고 한데 뒤섞어 버렸다.

너무 많이 가져 가 다 먹지 못하는 선수가 드물잖았고, 식사 후에 음료수·빵·쿠키·요플레·우유 등을 주머니에 슬쩍해 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문에 식당 종사자들은 "가져가지 마세요"(Don't Take Out, Please)를 입에 달고 살아야 했다.

쇼핑센터에서도 각 나라의 생활 문화에는 차이가 많이 났다.

유럽 등의 선수들은 물건을 산 후 종종 팁까지 줘 관계자들이 이를 모으는 조그만 통을 준비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국가 선수들은 줄 서는 문화를 모르는듯 돈을 마구 들이 밀었다.

심지어는 전화카드를 모두 사용하고도 본래 잘못돼 그렇다며 교환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PC방에서도 음란 사이트만 찾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어떤 선수들은 인사를 해도 모르는 척 지나쳐 버려 봉사자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하루 700여명이 이용하는 레포츠센터에서는 비품들이 간혹 없어져 관계자들을 속앓이 시켰다.

수건, 헤어 드라이어, 로션, 삼푸 등이 사라졌다는 것. 지난 25일 오후 3시쯤에는 사우나를 마치고 나가던 한 선수가 헤어 드라이어를 수건에 싸 숨겨 나가다 발견돼 회수되기도 했다.

관계자는 "일부러 비싼 고급품을 비치했더니 자꾸 가져가 허탈했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관련기사--==>매일신문 '2003 대구U대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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