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퇴론' 지역중진들 "우릴 노린다"

용퇴론을 둘러싼 한나라당내 세대간 갈등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중진 물갈이론', '60대 퇴진론', '용퇴론', '인적 쇄신'이란 이름으로 회자되면서 당내 중진들과 소장파간 '생사(生死) 대결'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다 물갈이론이 겨냥하는 '주적'이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영남지역 의원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의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이 영남권 노장층 의원들을 몰아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영남권 40, 50대 초.재선 의원들까지 용퇴론에 가세, 복잡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물갈이 대상은 영남?"='완전 개방형 경선'에 의한 후보 공천이 개혁파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들은 영호남의 지역색에 어느 정도 자유로울 뿐더러 영남권 보다 상대적으로 치열한 관문을 뚫고 원내에 진출한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총선 물갈이론'을 꺼냈던 안상수 의원을 비롯 '60대 용퇴론'의 주역인 원희룡 의원과 남경필.심재철.서상섭.박종희.정병국.오세훈 의원 등이 모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들은 또 태생적으로 보수 성향 보다는 진보 내지는 중도 개혁성에 가깝고 "민정당 이미지를 걷어내야 한다"며 5.6공 출신 인사들과는 처음부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 이유는 "수구.노쇠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면 수도권 총선에서 전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용퇴 대상이란 민정계 영남출신 보수성향의 60대 이상 중진 의원들을 지칭하는 셈이 된다.

여기다 권오을.임인배.권철현.엄호성.이인기 의원 등 40, 50대 영남권 젊은 의원들까지 가세, 용퇴론에 덩달아 동조하고 나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굳이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 대표 의중설 나돌아=총선 물갈이론은 내심 최 대표의 의중과 직간접 맞닿아 있다는 설이 적지 않다. 최 대표가 "60대 용퇴론은 부적절하다"고 한 최근의 언급에도 불구, 내년 총선에서 영남권 인사들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 대표가 취임직후부터 여러 차례 "정치신인 등용의 벽을 없애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다 총선에 대비, 30, 40대층이 대부분인 대표 특보와 부대변인 100명을 무더기 발탁한 것도 다분히 영남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도 공공연하다. 안상수 의원이 대표 특보단장에, 원희룡 의원이 기획위원장에 취임되자 마자 '총선 물갈이론', '60대 용퇴론'을 꺼낸다거나 안 의원이 "(물갈이론에) 최 대표의 의중이 닿아있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도 최 대표와 수도권 의원이 교감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급기야 안 단장은 지난달 29일 재차 성명을 내고 "소위 인적청산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연령 외에도 도덕성, 부패여부, 시대정신 등의 기준에 따라 나라와 당을 위해 용퇴하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당의 개혁과 쇄신에 결정적 보탬이 될 것"이라고 용퇴론에 가세했다.

◇영남권 저항 만만찮을 듯=동요하는 영남출신 의원들의 저항도 드셀 전망이다. 가깝게는 4일 예정된 연찬회를 계기로 소장파 의원들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출신 한 중진 의원은 "선거 때마다 몰표를 던진 영남을 소외시키겠다는 발상은 당의 근간을 깨자는 것"이라며 "물갈이 기준은 총선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고비 때마다 영남이 주축이 돼 당의 분열을 막았더니 이제는 아예 당에서 내쫓으려 한다"며 불쾌해 했다.

이들 중진 의원들은 잇따라 연쇄접촉을 갖고 세 과시 계획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 출신 40여명으로 구성된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한백회', '상록회'와 3선급 이상 '중진모임'은 "더이상 물갈이론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집당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사진:1일 오전 한나라당 최병렬대표 등이 여의도 당사에서 김두관 행자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 등 정기국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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