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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한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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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雁書)나 안신(雁信)은 먼 곳에서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말한다.

그냥 편지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기러기가 전하는 글 또는 소식이라고 했을까. 거기에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중국 한무제(漢武帝) 때 흉노의 사신으로 들어갔던 소무(蘇武)란 사람이 있었다.

당시는 한과 흉노가 냉전을 벌이던 터라 흉노의 선우(單于)는 사신을 돌려보내지 않고 투항을 권유했다.

소무는 이 제의를 거절해 바이칼호 근처로 유폐되고 말았다.

그 뒤 한과 흉노 사이에 화친이 이뤄지고 새 사신이 들어가 소무의 안부를 물었다.

흉노는 소무가 죽었다고 말했으나 옛 부하가 생존사실을 확인해주고 그의 구명방법까지 일러줬다.

▲사신은 흉노의 선우에게 "천자가 상림원에서 사냥을 하다 쏘아 맞춘 기러기 발에 흰 비단 편지가 묶여 있었는데, 그 편지에 소무는 북쪽 끝 어느 호수가에 살고 있다고 했소"라고 거짓 추궁했다.

이 계교에 속은 선우는 잘못을 실토하고 소무를 방면했다는 이야기다.

이 때부터 먼 곳에서의 소식을 안서나 안신으로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말의 70%는 한자문화권에서 빌려온 것들이다.

때문에 한자를 모르고서는 우리의 역사나 전통, 사고나 의식의 설명이 불가능하다.

한국적 관념과 가치들은 거의 한자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안신과 같은 두 자 짜리 단어나 삼자성어, 사자성어 등 한자어들은 그런 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성명이나 지명과 같은 일상생활 용어도 많은 부분이 한자들로 이뤄져 그를 모르고서는 교양 있는 생활이 곤란할 정도다.

▲한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사용하는 국제어로서의 중요성도 과소평가 할 수 없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 20억 명이 한자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의사를 소통하고 상대의 문화를 이해한다.

영어 못지 않은 국제 소통력을 지녀 중국의 국가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 중요성은 커지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한자능력검정시험에는 전국에서 20만명의 초등생들이 응시해 한자학습 열풍을 실감케 했다.

▲서울대가 내년 신입생부터 한자교육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아주 자연스런 조치로 이해된다.

지식인으로서의 최소한의 교양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자 학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구 문화에 대한 지나친 경도로 우리 것을 잃어가고 있는 데 대한 반동적 현상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왕 우리 사회가 한자교육을 인정하는 마당이라면 중국어나 일본어의 표기도 현지 발음 방식이 아닌 한글 발음 방식으로 바꿔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생각된다.

중국 일본의 인명 지명을 한글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언어의 통용성에서나 문화보존 차원에서 더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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