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 법의학자가 본 죽음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는 한일 양국의 법의학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와 우에노 마사히토 박사가 지난해 한국에서 가진 대화를 묶은 대담집이다.

저자들은 법의학자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양국의 죽음 및 주검에 관한 사회.문화.제도적 차이를 비교했다.

일본에서는 사람과 동물을 구별하지 않고 '사체'라고 표현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체라는 표현은 동물의 것만을 의미하고 사람의 경우는 '시체'로 불러 엄격하게 구분한다.

시체를 부검하려면 한국인들은 "죽은 사람을 두 번 죽일 작정이냐"며 오열하고 반대하지만, 일본인들은 "부검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냐"며 비교적 무덤덤하게 반응한다.

문 교수는 한국인들이 부검을 '두벌주검'이라며 거부하는 이유를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효(孝) 관념과,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서 못 이룬 것을 '저 세상'에서 이룬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찾는다.

일본에서는 그런 의식이 상대적으로약하다는 설명.

명절 때면 일본의 시체 냉장실이 포화 상태가 된다는 점도 특이하다.

유족들이 명절을 편히 지내려고 시체를 인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명절보다 장례를 더욱 중요시하는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법의학 제도에도 차이가 난다.

한국의 부검은 모두 '사법부검'으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검시한 의사가 작성한 시체검안서 등의 서류를 검사에게 보내고 부검허가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한 경우를 제외한 사망은 모두 변사체로 경찰에 신고한다.

범죄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도 사인 파악이 안 되면 '행정부검'을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경찰은 검사에게 연락해 사법부검을 실시한다.

익사체의 경우 여자는 복부의 지방 때문에 배가 위로 향하고 남자는 아래로 향한다는 것, 여자를 죽이면서 성행위를 갖는 변태성욕자의 이야기, 남편이 성병에 걸린 사실을 모르고 관계를 해 아이를 사산한 이야기, 잘못된 친자확인이 부른 가정파괴 등 두 법의학자가 죽음과 시체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을 풀어낸다.

해바라기 펴냄, 문태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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