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경주 남산

경주 남산(南山)은 서라벌 남쪽에 우뚝 솟은 해발 468m의 금오산과 고위산에서 뻗어내린 40여개의 등성이와 골짜기를 거느리며 180여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 산에는 넓게 펴진 자락마다 유서 깊은 역사와 전설들이 서려 있으며, 불교의 성지로 오랜 세월 영험 있는 신앙지로도 각광을 받아 왔다.

절터가 130여곳, 석불과 마애불이 100여채, 석탑과 폐탑이 71기에 이르며, 골짜기마다 수많은 고분과 왕릉이 산재해 있고, 향가.금오신화 등을 낳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1971년에는 국립공원, 2000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1993년 유홍준 교수가 내놓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의해 '경주에 와서 남산을 오르지 않으면 경주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남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인식 제고와는 상대적으로 자연환경 파괴와 문화재 훼손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관리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해 왔다.

▲태풍 '매미'로 크게 훼손된 남산을 살리기 위해 '휴식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경주대 최재영 교수는 최근 사적 219호인 삼릉계곡 일대의 수령 100년 정도의 적송이 100여 그루나 훼손됐다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맡기는 등 장기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이곳은 1997년 산불 피해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그 설득력이 증폭된다.

▲남산의 이번 적송 피해는, 최 교수의 주장대로, 나무 자체의 고령화.쇠약화에도 원인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릉 숲은 병충해가 잦고, 지형 구조상 넓게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데다 등산객과 유적 답사팀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져 생육마저 어려운 형편이다.

남산의 복구 작업은 물론 멀리 내다보면서 제대로 보존.보호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대책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 문화유적의 보고는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문화재는 한번 망가지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이 같은 인식이 실천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커진다.

2001년에 남산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기존의 사적 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등산로의 휴식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제기,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세운 바도 있다.

그러나 여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해 왔다.

세계 문화유산인 남산은 자연재해 뿐 아니라 각종 훼손 가능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역사에 덜 부끄러울 수 있는 길을 서둘러 찾아야만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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