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법조계 위상 하락 중

"왜 그렇게 고생하며 공부를 했는지…".

한 변호사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요즘, 하루에도 몇차례씩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월 2천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려야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의뢰인의 수가 턱없이 줄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전국에 취업못한 변호사가 1백명이 넘고 월급 300만원짜리 고용 변호사로 들어가는데 줄을 설 정도"라며 "앞으로 정상적인 사건 수임이나 법률 자문을 통해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판.검사들의 상황도 그리 나은 것만은 아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지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옷을 벗는 관례 때문에 그들도 암울한(?) 미래를 고민하기는 마찬가지. 한 부장검사는 "대구의 변호사 중 내 월급보다 적게 버는 변호사가 절반 가까이 되는 현실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법원.검찰이 외부로부터의 '개혁' 압력에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법고시에 붙었다 하면 신부가 열쇠를 3, 4개씩 꿰차고 왔다거나, 판.검사가 부잣집 딸을 택하지 않고 '사랑'을 찾아 결혼한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미담'으로 칭송받던 것은 벌써 옛말이 됐다.

'법조삼륜(法曹三輪)'이라 불리는 판.검사, 변호사들이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가치관 혼란을 요즘 들어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조인의 위상하락으로 인한 소명의식 붕괴'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사회 개방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법치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우리 현실상 법조계의 위상하락은 적잖은 혼란과 비리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니지만, 한편으론 '문턱 낮은 법조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박병선(사회1부)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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