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유교를 진작 알았다면 이라크 전쟁은 없었을 텐데…". 지난 주 영남대에서 '유교와 앎'을 주제로 강연한 도올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는 강연 말미에 부시와 이라크 전쟁에 대해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유교적 앎은 모든 독단(獨斷.도그마)에 대해 개방돼 있고, 모든 이데올로기 앞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교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어느 종교나 이념과도 깊은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고, 또한 유교에는 모든 다름을 예찬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특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는 너무나 다른 이라크에 미국식 이념과 체제를 심겠다는 부시의 '독단'에서 이라크 사태가 촉발됐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었다.
김 교수를 비롯 최근 기자가 취재했던 세계적인 석학.지성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의 '수장'인 부시를 비판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 '행동하는 지식인'의 전형답게 부시에게 일침을 날렸다.
그는 미국 사회가 지도자에 기만당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도 큰 실수인데 아직도 부시는 한쪽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도 부시 비판에 가세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상징적 전쟁이라고 규정한 지젝은 "이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는 바로 미국 자신이며, 미국의 정치가들이 그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석학.지성들의 이야기를 직접 경청하고 감화라도 받은 듯이 한 때 열렬히 부시를 지지했던 미국 국민들이 부시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공동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51%가 반대한 반면 지지자는 47%에 그쳤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54%가 지지의사를 밝혔으나 지난 4월의 70%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졌다.
부시의 대선 지지도도 하락, 아버지가 못이룬 대통령 연임의 꿈을 이루려 안간힘을 쏟고 있는 부시에게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여론조사 대상자의 44%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부시에게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답해 그의 재선을 지지한 38%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부시는 아직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라크에서 결코 도망치지(run) 않겠다"며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미국 국민들의 마음을 부시는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군주는 민중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정치를 해야 하며, 불인(不仁)한 군주는 쫓아내어야 한다고 주장한 맹자의 이야기를 부시에게 직접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대현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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