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구 구민상 윤금년씨-이웃과 함께 보낸 20년

예순을 바라보는 가난한 아주머니가 20년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이어가 쌀쌀해진 날씨로 더욱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전해 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28일 대구 서구청의 '자랑스런 구민상' 수상자로 선정된 윤금년(57.대구 서구 평리동)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모르게 봉사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힌 윤씨는 자녀들로부터 받은 용돈과 집세 등으로 벌어들인 매달 150만원의 수입으로 무려 20여년간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윤씨는 평리3동 새마을 경로당과 영락양로원 등 11개소를 찾아 중식,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위안잔치를 열고 날이 추워지면 난방 연료 지원과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대소변을 받아 주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윤씨는 "매주 금요일 양로원등을 방문해 하루 5, 6명을 목욕시켜 드리는데도 온 몸이 뻐근할 정도로 힘들다"면서 "그래도 목욕을 마치고 기분좋은 표정을 짓는 할머니들의 얼굴을 보면 이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외되기 쉬운 독거노인과 소년소년가장 등 50여가구에 쌀, 라면 등 생필품을 지원했고 지체장애인, 중풍환자 등에게 생활비 지원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위안잔치를 베풀고 있다.

윤씨가 봉사활동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81년 평리3동 새마을 부녀회장직을 맡으면서부터. 부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지 얼마되지 않아 평리3동 주민 한명이 생활고를 비관, 달성공원앞에서 극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생겼다.

"얼마나 살기가 어려웠으면 자살할 생각을 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졌어요. 이 때부터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라고 그 때를 회상했다.

당시 시아버지 등 식구 5명이 단칸방에서 살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한번 마음을 굳힌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불우한 이웃돕기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윤씨는 그동안 많은 사람을 도왔지만 특히 올 초 대구에서 일어난 지하철 참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민족통일 대구시 봉사단원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구조대원의 식사를 챙기고 유가족들을 뒷바라지 했다고.

윤씨는 봉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거절하는 법이 없다.

전 대구지법 보호관찰위원과 전 새마을연수원 경로효친회부지회장, 전 바르게살기운동 서구여성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청소년 순결운동본부 서구회장과 서구평리3동 주민 자치위원 등 일자리를 마다 않고 있다.

"형식적으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남을 돕겠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윤씨는 말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소년소녀 가장과 노인들이 어떻게 겨울을 날 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윤씨는 "상금 200만원을 불우청소년과 독거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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