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한 중견 기업은 올 연말을 전후해 본사 기능의 대폭적인 서울 이전을 검토 중이다.
주요 설비와 기술인력은 포항에 있지만 영업 상대인 발주기업 핵심 관계자들이 서울에 있어 지방 본사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포항에서 서울을 오가며 추진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져 본사 기능을 서울로 옮기는 것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제감면, 행정지원 등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방기업 지원제도가 겉돌고 있는 사이 우수 지방 기업들이 우수인력 충원과 정보수집 및 영업활동의 취약성 등을 이유로 속속 본사 기능 서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여론 등을 의식해 실제 본사 기능은 서울에 두면서도 본사 소재지는 옮기지 않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의 한 임원은 "연구분야 등에서 소수 정예 인력을 충원해야 하나 이들이 지방근무를 기피하면서 아예 지원조차 않아 회사의 성장 잠재력마저 잃고 있다"며 "인재보강 차원에서 일부 본사기능을 서울로 이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영의 순발력이 강조되는 중소기업이나 벤처업계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측정기 관련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ㅇ씨는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정보가 서울에 있고, 제품발주도 서울에서 하고, 납품처 역시 수도권에 있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ㅇ씨 역시 포항사무실을 폐쇄하지는 않고 있지만 회사경영과 관련한 주요 기능은 이미 서울로 완전 이전한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소수 대기업만 살아남은 건설, 무역, 철강 관련 업계에서도 본사 기능 서울 이전이 늘고 있으며 지방 중소업체들까지 서울사무소 신설을 서두르고 있다.
포항공단 한 업체 사장 김모(55)씨는 "지방화의 취지는 좋으나 경영현실은 다르다"며 "특히 중국과의 교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터에 포항-서울-인천-중국을 거친다는 것은 경영의 기본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포항 경제계의 한 인사는 "본사 기능의 서울이전이 자치단체나 시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반지역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비밀리에 서울 이전을 추진하는 사례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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