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불법복제와 전쟁

영화가 '불법 복제판'과 전쟁을 벌일 태세입니다.

'매트릭스3:레볼루션'은 전 세계에서 같은 시간에 개봉했습니다.

LA는 11월5일 오전 6시, 런던은 같은 날 오후 2시, 모스크바는 오후 5시, 우리나라는 밤 11시에 개봉했죠. 감독인 워쇼스키의 '깜짝 이벤트'지만 사실은 불법 복제판 때문입니다.

2편의 경우 미국에서 개봉되자마자 인터넷에 '캠 버전'(극장에서 캠코더로 찍은 불법복제판)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3편은 이를 막기 위해 아예 같은 시간에 개봉해버린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불법복제판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법까지 만들 태세입니다.

개봉되기 전에 인터넷에 유통시키는 행위를 엄벌하는 법안이 입안돼 곧 상원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하죠. 인터넷을 발명한 미국, 그래서 인터넷 문화에 비교적 관대한 미국이 법까지 만든다니 심각한 모양입니다.

영화의 불법복제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캠 버전'처럼 화질을 떨어지지만 신속하게 유포시키는 것이 있고, 또 DVD를 제작하기 위해 가편집된 '스크리너 버전'이 유포되기도 합니다.

DVD로 출시된 것을 압축해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합니다.

세번째 경우가 화질이나 음질이 가장 좋아 네티즌들이 선호하죠.

미국의 경우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을 앞둔 연말에 불법복제판이 기승을 부립니다.

영화제 심사를 맡고 있는 5천여명의 회원들은 CD를 배달받아 영화를 보고 평가를 합니다.

필름이나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라 디지털로 변환된 파일이죠. 심사위원이 이렇게 많다 보니 자연 인터넷에 유포되는 것도 쉽고 빠른 것입니다.

자연히 비용이 들더라도 비디오 테이프로 제출하자는 의견이 나왔죠. 그러자 독립영화를 만드는 쪽에서는 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로서는 인터넷만큼 홍보효과가 큰 것이 없죠. 불법복제판이 나돌더라도 전 세계에 알리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거액을 들인 상업영화 제작사쪽에서 말도 안 된다고 나서면서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불법복제판을 유통시키는 이른바 '복제판 해적들'은 이에 대해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를 미리 홍보해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죠.

그래서 미국의 제작사들은 거액을 들여 광고를 내보냅니다.

예를 들어 극장 팝콘 판매하는 아저씨를 모델로 등장시켜 "불법복제판이 나돌면 실직하게 된다"며 통사정하는 것이죠. 이제 법까지 만든다고 하니, 어떻게든 '철퇴'가 가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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