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용?'... 의원법안 제출 폭주

'법률안이 기가 막혀'. 16대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각종 법률안 제출이 폭주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상임위마다 경쟁적으로 쌓이고 있다.

의안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폐기되는 만큼 다음달 9일 정기국회 폐회 때까지 10여일간 몰아치기 법안 심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연히 부실심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현재 국회 의사국에 접수된 의안은 2천959건. 이 중 국회의원 발의 법안은 1천764건으로 15대 의원발의 안건(1천144건)에 비해 54.2%나 증가했다.

반면 정부발의 안건은 15대 당시 807건이었으나 16대 들어선 584건으로 오히려 38.2%가 줄어들었다.

특히 15대때 의원발의 법안이 정부발의 법안보다 1.4배 많은데 비해 16대는 3배 이상 격차가 커졌다.

의원발의 법안이 이처럼 증가한데는 올 들어 국회의원 법안발의 요건을 현행 20인 이상의 서명에서 10인 이상으로 낮춘 국회법 개정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국회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입법건수가 의원평가의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판단, 의원발의 법안을 '총선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닮은 꼴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새해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되는 와중임을 감안하면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4일 현재 국회 재경위에 계류된 안건은 모두 146건이며 지난 20일 하루 동안에만 69건의 법안이 심의대상에 올랐다.

이 중 소득세법개정안만 9건에 달해 정부안에다 한나라당 김만제.심재철.이재창.전용학.권영세.김정부 의원,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게다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관련, 청원은 무려 23건에 달했다.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몇 개 자구(字句)만 바꾼 '일란성 법안'이 무더기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상임위도 사정은 같다.

행자위에 계류중인 법안(163건) 중 21일 심의대상에 올랐던 법안은 37개였으며 이날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된 법안도 19건이나 됐다.

'일란성 법안'이 많기로는 행자위도 마찬가지여서 지방세법 개정안 9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8건이었으며 심지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도 5건에 달했다.

안택수 국회 재경위원장은 "의원들이 똑같은 법안을 두고 특정 수치만 바꿔 제출하는 경우가 허다해 '총선용'으로 의심된다"며 "때문에 법안심사하는데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6대 정기국회를 끝으로 상당수 의원발의 법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은 현상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폭증, 자고 일어나면 법안이 쌓이고 있어 법안을 제대로 검증 평가하는 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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