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정부는 영농 규모를 키워야 한다며 농기계 구입 보조금을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그런데 7년이 지나 대부분의 농기계를 교체할 시점에 정부보조가 끊겼습니다.
결국 농협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빚만 늘어나게 됐죠".
이봉리(52.예천군 용궁면 무이리)씨는 농기계 구입 정부지원이 7년째 중단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농사규모에 비해 과도한 농기계를 보유하고 또 거기에 익숙해졌다.
때문에 이제는 큰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기계를 안쓸 수도 없게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농업정책이 농업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업지원 예산은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비중을 두었다
김영삼 정부는 시설을 현대화하고 농업을 대규모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대중 정부는 경쟁력 강화보다 중소농을 지원하는 농정으로 바꿨다
그 결과 UR직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조성했던 최초의 유리온실이라든지 농산물 가공공장들이 도산했다.
전문가들은 "추가지원 등 정책적인 노력이 있었다면 대부분 살아날 수 있었다"며 "정책의 변화가 이들의 도산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11일 한-칠레FTA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발표한 '119조원 농업.농촌 투융자 계획'을 농민단체나 농업인들이 곱게 보지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영세농을 농촌에서 떠나게 해 새로운 도시빈민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림부는 이번에 발표된 119조원 투융자계획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개방에 따른 농업.농촌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만 해놓고 2008년 이후의 대책은 마련하지도 않았다.
어디에 어떤 용도로 얼마를 쓰겠다는 구체적인 사용처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액수부터 발표함으로써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많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루과이라운드(UR) 직후의 퍼붓기식의 정부정책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 농업정책과는 "11월 중 농민단체와 공동으로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농민, 교수, 품목별 주산지 농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119조원이라는 적지않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과제다.
경제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마당에 이런 막대한 예산을 마련할 뚜렷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호철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핵심은 내년부터 당장 국가 재정투융자 증가율보다 높은 8조4천억원씩 들어가야 하는데 그 많은 예산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119조원의 핵심은 사회정책"이라는 이호철 교수는 "정부정책의 방향도 농촌의 지역사회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다.
이젠 농업인 복지 등 사회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농촌과 농업인에 관한 정책을 농림부로 일원화하는 것도 숙제다.
현재 농촌복지는 보건복지부가, 농촌교육은 교육부가, 식품가공 등 농업 2차산업은 산업자원부가 각각 맡고 있다.
이 교수는 "농촌정책을 한 부처가 일관되게 맡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림부가 농촌복지 문제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농업인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복지 등 소프트웨어적인 농업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경지를 정리하고 가공공장을 설립하고 농기계를 반값에 공급하는 것만이 농촌정책이 아니다.
현재 농촌지역의 여성들이 농업노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정도. 그러면서도 여성농업인에 대한 재교육이나 여가.자녀교육에 관한 시설이 전혀 없다.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 노인층에 대한 응급의료시설도 전무한 실정이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농업정책이 선진화되어야하는 이유다.
이태암 성주부군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농업을 산업이라는 측면과 산업외적인 측면에서 두 문제를 분리시켜 정책을 펴야한다고 분석했다.
이 부군수는 "정권마다 달라지는 농정 철학도 문제지만 경쟁력있는 농업을 확보하지 않고는 한-칠레FTA 등 앞으로의 개방시대에 버티기가 어렵다"며 "산업 측면에서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산업외적인 측면에서 강력한 사회복지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는 농민단체가 FTA비준안 처리의 선결과제로 요구하고 있는 정책자금 금리인하, FTA이행특별기금의 규모 확대, 농특세 기한 연장에 대해 "관련법의 국회심의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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