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한 간부급 직원은 자신의 회사 동료 중엔 메르세데스 벤츠나 심지어 일본 업체인 닛산을 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기자에게 도요타자동차 도쿄 본사 주차장에 가 보라고 했다.
도요타차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가 만들어낸 차도 많이 주차돼 있다는 것.
그는 애사심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도요타는 그런 방법으로 애사심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원을 믿어라
도요타자동차는 노사분규가 없는 회사다.
1950년 경영위기가 왔을 때 일부 사원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노사분규가 일어났지만 그 이후 50여년간은 산업평화가 지속됐다.
사실 일본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노사분규가 현격히 줄어 도요타자동차의 산업평화가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지만 50년 넘게 노사간 협력이 이어져온 것은 일본내에서도 이례적인 사례.
그렇다고 도요타자동차의 노조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과장급 이상만 노조 가입대상에서 제외될 뿐 대다수 직원이 노조원이다.
도요타자동차와 노조는 1년에 4, 5차례씩 공식 협상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회사와 노조는 연간 200차례 가까이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작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노사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자동차 회사답게 노사관계를 자동차의 앞뒤 바퀴에 비유를 한다.
앞바퀴만 굴러가서도 안되고, 뒷바퀴만 돌아가서도 안되는 자동차처럼 노사가 한몸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
도요타자동차는 노사분규가 얼마난 큰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에서 절실히 깨쳤다.
1950년 당시의 노사분규로 최고경영자였던 도요타 기이치로가 사표까지 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직원들을 해고한 최고경영자가 어떻게 자리에 있을 수 있느냐'며 회사를 과감히 떠났다.
그 이후 도요타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종신고용제를 폐지하고 유연한 고용체제에 들어갔음에도 불구, 여태까지 장기고용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장기고용 자체가 회사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짤 만큼 끊임없는 개선 운동을 펴지만 성과를 올리지 못한 직원들의 급여를 깎는 마이너스 발상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과정이 훌륭하다고 판단되면 보너스를 주는 플러스 발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것이 도요타의 인재관리 개선책이다.
하지만 도요타가 근로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다.
연차관리를 철폐, 능력있는 직원은 언제 어디서라도 승격의 기회를 주도록 인사관리를 개선하고 있다.
또 근로자를 평가할 때에는 다면평가제를 도입, 상사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아랫사람에게서도, 그리고 부근 부서의 상급자로부터도 평가를 받도록 한다.
이와 관련, 도요타근로자들은 자주적 연구활동 모임을 만들어 스스로 개선운동에 나서고 있다.
한편 도요타는 인재채용에 있어서도 지방기업답게 '골고루 채용' 원칙을 정하고 있다.
임원조차 대다수가 최고 대학인 동경대 출신이 아닌 것은 물론, 지방대 출신이 많다.
◇협력업체는 개선 파트너
도요타의 한 구매 담당자는 도요타의 부품 구매 방식을 묻자 경기불황을 타고 일본내에서 숫자가 크게 늘고 있는 '100엔 숍' 얘기를 꺼냈다.
100엔 숍은 가게내에 있는 물건을 모두 100엔(우리돈 1천원 가량)에 파는 상점.
이 담당자는 100엔숍이 가능한 이유는 100엔숍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자들도 100엔이라는 가격에 맞춰 공급을 한다는 것. 얼마든지 납품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도요타도 같은 방식이라고 했다.
납품 비용 절감을 염두에 두고 도요타와 부품업체가 함께 연구, 낮춘 가격에 납품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도요타는 항상 30%가량, 많게는 절반 가까이 구매비용을 절감한다.
"부품업체가 낮은 가격에 부품을 납품한다고 해서 부품업체의 경영부실을 가져오게 해선 안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도요타에 해로운 것이죠. 도요타는 부품 개발 단계부터 부품업체와 협력, 기술 개선을 통해 부품 생산단가를 낮춥니다.
완성차와 부품업계가 파트너로서 공존하는 것이죠" 이 구매담당자는 단가를 낮추더라도 부품업체의 영업이익은 단가를 낮추기전과 같도록 맞춰준다고 했다.
최근 도요타는 부품 구매 업체와의 관계에 또다른 '개선'을 적용하고 있다.
1개 부품이라도 여러 회사에서 구매한다는 원칙에 수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1부품 다회사 발주 방침을 적용하면 부품 회사끼리의 경쟁을 통해 부품 경쟁력이 높아지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지만 이 부분에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체가 함께 부품에 대한 연구개발기능을 갖다보니 결국엔 중복업무가 발생하고 쓸데없는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도요타는 최근 내장부품, 브레이크, ABS, 스티어링핸들, 에어백 등 부품 업체간 중복부품을 정리, 각각 한 회사로 모으도록 했다.
도요타는 이같은 방법으로 설계는 도요타가 맡고 제조만 외주하는 방법으로 비용 절감을 가져오고 있다.
부품업체와 협력, 설계와 기술개발 기능, 생산기능을 파트너쉽 형태로 분담, 각각의 경영개선을 이루자는 것이다.
도요타는 부품별 원가절감활동을 'CCC21'이라 이름 짓고 시행을 본격화하고 있다.
◇판매는 구매자 편에서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톈진에 공장을 완공,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승용차 '비오스'를 시판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그러나 기존에 팔던 모델을 변형한 차를 팔지는 않았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중국 소비자들의 생활방식을 분석하는 책임자를 중국에 먼저 파견했다.
그리고 이 책임자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비오스를 만들어냈다.
이 책임자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속도가 빠른 차를 좋아하고 5명이 타도 여유있는 내부공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따라서 대표차종인 코롤라보다 차체를 더 키운 비오스를 제작했다.
도요타는 최대 시장이라고 보는 중국에서 또다른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내에서도 핵심 시장인 상하이 부근 젊은층을 겨냥, 이들의 자동차 구입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도요타 '렉서스'도 고품질 차를 원하는 고소득층 한국민들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 이에 맞춰 물건을 대는 것이다.
덕분에 도요타는 한국 진출 2년 만에 외제차 판매 시장 1위를 거머쥐었다.
도요타의 판매 정책은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간다는 것. 도요타는 경제성이 없다며 경쟁업체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전기모터차를 개발, 올 해부터는 완전 상용화시켰고 장애인들을 위한 자동차와 노인들을 위한 차량 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들어내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끌어내고 있다.
도쿄.아이치현=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도요타자동차 전시장 '메가웹'을 찾은 한 젊은 부부가 신 모델 차량들을 둘러보고 있다. 고객이 부담없이 도요타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판매전략의 한 방법이다. 도쿄에서 박순국 기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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