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망대-과학기술은 국가의 생존전략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이공계 기피현상은 해마다 맞이하는 대학입시철이면 어김없이 재연된다.

대학입시에서 자연계 응시자 수가 인문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대부분 대학들의 이공계 합격자 등록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 졸업자들조차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꺼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금년도에도 결코 예외가 아니어서, 서울대학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이공계열에 합격한 학생가운데 10% 정도가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시모집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이공계 지원자가 이탈하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지역의 공과대학들은 지방대학 기피현상에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겹치면서 대학의 존립 자체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지역의 과학기술 기반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크게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안이한 과학.교육정책과 쉽고 편하게 살려는 개인풍조와 맞물려 있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과학기술직 차별 풍토와 인문계 위주의 정책을 성토하는 한편, 국가 경쟁력의 강화차원에서 특단의 정부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번 정부는 이공계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지원대책을 발표하였다.

해외유학.장학금 등 직접적인 인센티브 부여, 병역특례와 이과학생에게 불리한 교차지원의 대학입시제도 개선 등 간접적인 배려와 더불어 과학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과학장학' 제도 도입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충분한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장학제도나 병역특례와 같은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데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려운 과학을 하고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회환경과 이공계 출신의 장래가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과학도에게 보람과 긍지를 심어주지 않는 한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다간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며, 5년 안에 세계 10위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춰 경제성장과 복지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끊임없는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사실은 미국과 일본 등 과학선진국들은 말할 것도 없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이공계 출신들이 정계 최고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 최고 지도부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이 이처럼 엔지니어 왕국이 된 것은 과거 반식민지 역사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19세기 과학기술혁명에서 뒤진 악몽 때문에 건국초기부터 대대적인 과학흥국을 시작했던 중국공산당은 80년대부터 본격적인 과학기술장려정책인 '863계획'을 수립.시행하였다.

연구항목들은 정부가 지정해 중점 개발하며 개발된 기술은 곧바로 전국 100여 개에 이르는 첨단기술개발연구에서 제품생산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대륙 자본을 한국에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 관리가 직접 한국에 진출하여 우리의 축적된 선진기술을 흡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뛰어다니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며칠 전 우리는 중국의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란싱(藍星)그룹이 쌍용차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놀라움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운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정보.생명.우주.나노 및 환경기술 등이 21세기 전략과학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이끌 인재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고급기술인력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기껏 길러도 해외로 유출되는 과학기술정책으로는 국가의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우리의 정부와 기업은 이공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교육제도와 함께 연구인력에 대한 적극적 지원책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선진국들의 과학기술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생존전략이기 때문이다.

김재훈 금오공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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