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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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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곳에 한 부자 영감이 살았어. 이 부자 영감은 이야기 듣는 걸 무척 좋아해서, 누가 아무리 긴 이야기를 해 줘도 질리는 법이 없었어.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실컷 들어볼까 궁리하다가 하루는 동네방네 방을 붙였지.

'누구든지 이야기를 하되, 내가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오래 하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

그러자 온 사방에서 장가 못 간 총각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어. 그런데 죄다 이틀을 못 넘기고 그냥 쫓겨나. 아무리 이야기 잘 하는 사람도 한 이틀만 쉬지 않고 이야기하다 보면 밑천이 달리거든. 그러면 별 수 없이 쫓겨나는 거야.

이렇게 해서 그 많던 총각들이 다 쫓겨나고, 웬 허름한 옷을 입은 총각 하나가 남았어.

이 총각은 부모도 없이 혼자 남의 집 품팔이나 하면서 사는 가난뱅이야. 이 총각이 마지막으로 영감하고 마주앉았어.

"이제 자네 혼자 남았군. 그래, 어디 한번 이야기를 내놓아 볼 텐가?" "예, 그럼 시작합니다". 총각이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자, 우리도 들어 볼까?

"옛날에 우리나라에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이 똑 떨어졌지요. 그래서 온 나라 쥐들이 모두 쫄쫄 굶게 되었습니다.

생각다 못해 쥐들이 모여서 의논을 했습니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저 북쪽 만주 땅으로 이사를 가자. 거기 가면 먹을 것이 많다더라'. 이렇게 해서 온 나라의 쥐가 대구 반월당에 모여서 이사를 가기 시작했습니다".

"옳거니. 그래서?"

"온 나라의 쥐가 다 모였으니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많은 쥐가 한 줄로 늘어서서 찍찍거리며 기어갑니다.

찍찍, 찍찍, 찍찍……". "그렇겠지. 그래서?" "찍찍, 찍찍, 찍찍……".

"아, 언제까지 찍찍거릴 거야? 아직 다 안 갔어?"

"다 가다니요? 쥐걸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겨우 반고개를 지났습니다.

찍찍, 찍찍, 찍찍……". "뭐? 이제 겨우 반고개야?" 이 때부터 총각은 밤낮으로 찍찍거리는 게 일이야. 자고 나서 찍찍, 먹고 나서 찍찍, 오줌 누고 나서 찍찍…….

이러구러 한 달이 지났어. 한 달 내내 찍찍거리기만 하니까 영감이 지쳐서 닦달을 했어.

"아, 자네 아직 찍찍거리고 있어? 아직 다 안 갔어?"

"다 가다니요? 쥐걸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막 왜관 지났습니다.

찍찍, 찍찍, 찍찍……". "뭐? 이제 겨우 왜관이야?"

이러구러 일 년이 지났어. 일 년 내내 찍찍거리기만 하니까 영감이 지쳐서 또 닦달을 했어.

"아, 자네 여태 찍찍거려? 아직 다 안 갔어?"

"다 가다니요? 쥐걸음이 오죽하겠습니까? 이제 추풍령을 십 리 남겨두고 있습니다.

찍찍, 찍찍, 찍찍……".

"뭐? 이제 겨우 추풍령이야?"

영감이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 아, 아직 추풍령이면 만주까지 반의반도 못 갔으니, 이야기가 끝나려면 아직 얼마나 더 찍찍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할지 모르잖아.

"아이쿠, 그만둬. 그놈의 찍찍거리는 소리, 이젠 아주 신물이 난다, 신물이 나". "정말이에요? 그럼 나 사위 삼으시는 거지요?" "맘대로 해. 그놈의 찍찍거리는 소리만 안 내면 아무래도 좋아".

이렇게 해서 가난뱅이 총각이 그 집 사위가 됐어. 그래서 아주 잘 살았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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