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인간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 내재된 그들만의 질서와 법칙, 새삼 가슴이 떨린다.
'쏴~'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하늘을 뒤덮는 철새들의 비행이 그러하다.
철새들이 어찌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그렇게 화려한 군무를 펼치겠는가. 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마치 발레 '백조의 호수'에 초대된 관객처럼 감동을 받는다.
자연의 오묘함이다.
1분의 찰나동안 펼쳐지는 철새들의 군무. 하지만 그 뭉클한 여운에 칼바람에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그저 설레기만 한다.
또다시 이어지는 겨울 철새들의 군무, 꿈틀대는 뱀모양이 되었다가 가오리 모양에서 고리 모양으로 삽시간에 바뀐다.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마지막 남은 무리들이 힘차게 주위를 맴돌다 저 멀리 산을 넘어간다.
그렇게 오늘 하루 그들의 비행은 막을 내린다.
겨울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전국적으로 소문난 철새 도래지를 소개한다.
이왕 갈거면 서두르자. 보통 2월 말까지는 철새들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언제 우리 곁을 훌쩍 떠날지 모른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해남 고천암호
대구에서 가는데만 5시간.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다.
여유가 있다면 1박2일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이곳은 가창오리들의 천국이다.
보통 30만 마리 정도가 머무르고 있다.
주기적으로(대략 20분) 벌떼처럼 새까만 무리를 지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운이 좋은 날이면 고니나 청둥오리 등 다른 철새들도 볼 수 있다.
해남 화산면과 황산면의 중간지역에 간척사업으로 생긴 고천암호는 둘레가 14㎞ 달하는 대규모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다.
온천지가 금빛 갈대숲인 이곳은 꼭 철새 탐조여행이 아니라도 호수를 빙 돌아가며 1시간 가량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그만이다.
가창오리들을 탐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인트는 태양열전지가 설치된 지점. 여기엔 '철새도래지'란 푯말도 설치되어 있다.
인근에 육지 최남단 절인 미황사나 세계 최대의 익룡 발자국이 남아있는 우항리 공룡화석지도 볼거리다.
(문의 환경지킴이 김정웅씨 011-344-7144)
▷가는길=88고속도로→광주IC→나주.목포 방향 13번 국도→해남읍→진도 방향 18번 국도→황산면→고천암 철새도래지 입간판→77번 국도로 좌회전→고천암호 도착(5시간 가량 소요)
▷묵을 곳=해남관광호텔 061)533-1222, 엔터코리아땅끝콘도 061)533-5551, 해남군유스호스텔 061)533-0170.
◆서산 천수만
충남 서산군과 홍성군 사이에 있는 천수만 A.B지구 담수호도 철새의 서식지로 꽤 유명하다.
특히 사시사철 철새들이 골고루 찾아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철새들은 가창오리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세계적인 희귀조인 황새를 비롯,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 등도 간혹 볼 수 있다.
최근 조류독감이 번져 일반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게 좀 아쉽다.
그러나 천수만 A지구 방조제를 달리다 간월도에 도착 500m 전쯤 차에서 내리면 간척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철새들을 볼 수 있다.
망원경을 지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인근에 '백제의 미소'라는 서산 마애삼존불상과 한국인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해미읍성 등의 유적지가 있다.
문의 서산시 문화관광과 041)660-2498.
▷가는길=경부고속도로→대전IC→공주 방향 29번 국도→청양→홍성→간월도 방향 40번 지방도→천수만(4시간 가량 소요)
▷묵을 곳=도희모텔 041)662-7313, 유니콘모텔 041)669-4466, 간월민박 041)662-0895.
〈상세기사 16면〉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한미 정상회담 국방비 증액 효과, 'TK신공항' 국가 재정 사업되나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