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을 꺼리지 않는 친구가 이로운 친구다'. 뒤집어 말하면 가까운 친구사이에도 직언을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하물며 모든 권력이 왕에게 집중된 조선시대에 신하가 임금에게 직언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조선왕조 500년' 등 방송작가로 유명한 신봉승(71)씨가 쓴 '직언'(도서출판 선 펴냄)은 조선시대를 '직언의 시대'로 규정하고, 직언의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다.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난한 나라였던 조선. 그렇게 가난한 나라가 무엇으로 5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일왕조의 기틀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신씨는 "그것은 국가기강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특히 '배웠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지행(知行)을 가장 큰 덕목으로 무장한 선비들의 기개, 의리가 조선을 지탱시켰다"고 밝혔다.
이들 선비는 임금의 면전에서 직언을 통해 군왕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졌고, 왕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권력을 휘둘렀던 문정왕후를 질타하는 남명 조식의 상소는 칼날보다도 예리했다.
"자전(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지만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으시고, 전하(명종)께서는 어리시어 단지 선왕의 한낱 외로운 후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천백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갈래의 인심을 무엇으로 수습하겠습니까". 조식의 직언상소를 기록한 사관의 글도 선비의 지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성스럽게 나라를 근심하는 마음이 언사에 드러났고 간절하고 강직하여 회피하지 않았으니, 명성을 거짓으로 얻은 자가 아니라고 말할 만하다.
어진 사람이다".
상소문 한 장과 목숨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도끼를 지니고 궐문 앞에 꿇어앉은 최익현은 흥선대원군의 독선을 따졌다.
"벌써 오래 전부터 정치의 옛 규범이 무너지니, 조정의 모든 신하가 유약해져 삼공육경은 건의하는 일이 전혀 없고, 간관과 승지들은 직언을 피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습니다". 흥선대원군의 실정을 조목조목 따져서 통박한 최익현의 '시폐사조(時弊四條)'는 신료들은 물론 뜻있는 사람들에게 참선비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일깨웠다.
또 인목대비를 폐모한 광해군의 잘못을 직언한 백사 이항복을 비롯해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한 조광조의 직언, 임금의 도리를 일깨운 율곡의 직언, 한치의 빈틈도 없는 윤선도의 직필과 여유, 병자호란 당시 최명길의 실리와 김상헌의 명분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신씨는 "직언한 사람은 대개 파직이 되거나 더러는 귀양을 가고, 심하면 사약을 받았다"며 "그러나 그들은 문묘에 위패가 모셔지고 후학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등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다"고 직언의 의미를 부여했다.
"직언은 임금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정부의 과실을 바로 잡게 합니다.
또한 충직한 직언은 백성의 고초를 구해주게 됩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