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모르는 민족에 미래는 없다

오늘은 3.1절 85주년이다.

서울 옛 서대문 형무소(현 역사관)는 이날을 맞아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지하감옥을 공개하고, 충남 천안시에서는 '아우내 봉화제'를 열어 유관순 열사 등 선열들의 독립의거를 추모했다.

3.1의거는 결코 유쾌한 역사일 수는 없다.

일제가 유 열사에 대해 모진 고문을 가하고 시신을 토막내는 만행까지 저지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시 떠올리기조차 싫은 일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국권 피탈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반성과 각오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독립기념일 전날을 '기억의 날'로 정해 가무음주를 금하고 하루종일 추념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늘의 이스라엘이 있기까지 선열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자기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역시 아픈 과거를 미래의 교훈으로 반추해보아야 한다.

비록 총과 칼에 의한 침략은 없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안 보이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신사참배와 식민지배 정당화,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는 문화전쟁에 다름 아니다.

현실의 국제정세도 그 못지 않아 경계를 늦추면 언제 주변국에 의한 정치.경제적 침탈이 이뤄질지 예측키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반은 아직 미망과 혼돈속을 헤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의 친일 사이트는 실로 충격적인 역사인식의 발로다.

그들은 3·1의거를 일제가 평화진압한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수구반동이라는 반국가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망동은 민주사회가 지향하는 다양성도, 표현의 자유도 아니다.

자신의 근본을 모르고 조상을 욕보이는 패륜일 뿐이다.

역사 교육을 잘못 시킨 기성세대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참교육의 높은 목소리는 바로 이런 데서 드러나야 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경구가 진하게 와닿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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