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소리에 소리도 없이

자줏빛 폭죽을 터뜨리고

터뜨리고 있다.

화약냄새도

자줏빛인 라일락 곁

세를 내지 않는 개집은

기울어진 삽짝 쪽으로 청력을 모으고

양은 개밥그릇 핥는

토요일 오후 햇살은 참 마디다.

김상연 '라일락이 피는 집' 부분

봄날의 햇살은 따스하다.

바람이 불 때는 스산하지만 바람 없는 양지에 앉아 있으면 금방 등어리가 따끈따끈해진다.

향기 짙은 라일락 나무 아래 개집이 있고, 그 앞에 엎드린 개 한 마리 귀를 쫑긋거리는 오후. 그런 오후의 햇살은 생각만해도 나른하게 만든다.

경산 용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 시인은 참 순박하다.

그런 순박함으로 한가한 봄날, 시골집의 풍경을 토속적인 언어로 그림을 그리듯 묘사해 내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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