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장애인 울리는 탁상행정

하반신을 못쓰는 지체장애 1급인 이모(60.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외출할 생각만 하면 불안하다.

오는 5월부터 보행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에게만 장애인전용구역 주차증을 발급해주도록 제도가 바뀌지만 일부 제한 규정 때문에 정작 이씨는 주차증 발급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장애인 본인과 동거하는 가족 모두에게 운전면허가 없고 운전수를 고용하지 않은 경우'는 발급해 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새 장애인자동차표지 관리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씨는 "운전면허는 없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줘 자가용을 이용해왔는데 앞으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업혀다녀야 할 판"이라며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탁상행정 때문에 장애인만 골탕 먹게 됐다"고 비난했다.

새로 시행되는 장애인자동차표지 개선제도가 장애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자동차 표지의 부정사용이 잇따르고 장애인 차량의 증가로 전용 주차공간이 부족해짐에 따라 지난해 11월 장애인자동차표지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오는 5월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장애인 등급에 관계없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지체.시각장애 등과 중증 질환으로 걷기에 불편한 장애인이 운전하거나 이런 장애인을 태운 차량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세울 수 있도록 했다.

또 장애인 자동차 표지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차가능' 표지와 '주차불가' 표지 등으로 세분화된다.

그러나 장애인전용구역 주차증이 필요한데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르러 민원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보행 장애는 없지만 양 손에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장애인주차구역보다 좁은 일반주차구역에 주차해야돼 운전이 어려운데다 멀리 떨어진 건물까지 짐을 들고 가기도 힘들어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는 것.

이시호 영남장애인협회(60) 회장은 "장애인자동차 표지 발급과 같이 장애인의 삶에 크게 변화를 주는 제도에 대해서는 사전에 장애인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 제도개선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