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시아파 反美 '돌변'...美 최대 위기

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서 핍박을 받았던 시아파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을 공격하는 예기치 못한 사

태가 발생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와 관련해 시아파 내부의 노선투쟁이 시작됐다

는 분석을 내놨다.

이 방송은 우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제2의 도시 바스라 등지에서 일어

난 일련의 시아파의 무장 봉기는 전체 시아파의 궐기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

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무크다다 알 사드르라는 급진적인 성향의

젊은 시아파 지도자의 지지자들로 전체 시아파의 10~15%에 불과하다. 일부 세속적인

시아파와 더 깊은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 찬 대다수 시아파는 여전히 온건한 지도자

인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를 따르고 있다.

시아파 무슬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스타니도 외세의 이라크 점

령을 반대하고 있지만 침묵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세를 축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소요사태는 '이란'을 모델로 하는 신정(神政)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는 급진 시아파 지도자 사드르가 노선투쟁을 주도하기 위해 '비장의 승부수'

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BBC는 이에 따라 연합군이 당면한 지상 과제는

시아파의 분노가 일부 급진 세력에서 전체 시아파로 확산하는 사태를 차단하는 것이

라고 말했다.

전체 시아파가 무장 봉기하는 정황은 서너 가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 하

나는 7월1일로 예정된 주권이양의 연기다. 새 국가 창설에 대한 기대로 이라크 과도

통치위원회에 적극 참여했던 시아파가 기만을 당했다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

여 연합군과 전쟁을 선포한다는 시나리오다.

또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영구 주둔 기도도 전체 시아파의 봉기를 초래할 것으

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타니를 지지하는 시아파 민병대는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를

해방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신속히 이 땅을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연합군이 시아파의 분파들의 내분에 휘말리게 된다면 연합군은 시아파와

시아파, 연합군과 시아파 사이의 '폭력의 악순환'에 대처해야하는 어려운 국면에 처

하게 될 것이다. BBC는 시아파를 진정시키지 않고서는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없다

는 판단을 내린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들이 선거 정국을 앞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우려를 무시하고 병력 증파를 요청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연합뉴스)

사진 : 이라크 시아파의 과격 민병대원들이 5일 자신들이 점거한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의 주지사 사무실 꼭대기에 올라가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약 150명에 이르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추종자들은 이날 새벽 알-사드르에 대한 연합군의 탄압에 저항, 바스라 주지사 사무실을 점거했다.(바스라=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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