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맑아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현재(57.사진)씨는 '꿈의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다.
그에게 건축물은 바깥보다 안쪽 공간이 더 소중하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안에서 밖을 조망하는 시각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씨는 "서양 건축이 외형에 치중한다면, 동양 건축은 내부를 지향하는 사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남구 대명동 한 병원건물(지상 1층)의 설계와 실내 디자인을 완성했다.
기존 상업건물의 정형을 깬 독특한 구조다.
건물 중앙을 정사각형 형태로 꾸미고, 천장을 유리로 덮음으로써 내부 전 공간에 밝은 빛이 골고루 쏟아지도록 했다.
내부 동선(動線)은 회전식으로, 평화롭고 안정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외부는 콘크리트를 노출시킨 직육면체 구조로 단순하다.
90년대 이후 설계한 대구 대봉동 시공갤러리(지상 3층) 건물, 경주와 청도의 전원주택 등도 건물 외부를 콘크리트나 합판으로 축조, 심플하면서 차가운 느낌을 주고 있다.
경주에 지은 단층건물은 내부에 높이 4m의 벽으로 둘러싼 마당을 만들었다.
밖을 내다볼 수 없는 '사색의 공간'을 꾸민 것이다.
반면, 청도의 단층건물은 벽 유리를 통해 산과 나무 등 바깥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다.
그의 작품은 대다수 바깥에서 볼 땐 단순하지만, 실내공간에서는 사색을 하거나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서양 현대미술의 미니멀리즘 조류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는 국내 현대미술의 거장인 박서보 화백의 작업실 및 주거 공간을 만들고, 제1회 부산비엔날레 전시공간의 구조물 설계와 감리를 맡기도 했다.
'서보 파운데이션'은 화백의 작품세계와도 일맥상통하게끔 단순하고 추상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길고 짧은 직육면체를 긴 변쪽으로 맞붙게 한 건물에 천장을 통해 빛이 쏟아지게 함으로써 '좁은 공간에서 우주를 만날 수 있는' 구조다.
그는 "건물 내부공간을 완전히 비움으로써 거주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정서를 순화시키는 데 작업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씨의 이력은 다양하다.
중학교 시절 만화를 그렸고, 서울예고 중퇴, 계명대 미술대 중퇴, 영남대 법학과 중퇴, 대구 MBC 및 서울 KBS 무대 디자이너 등을 거쳤다.
비디오 아트를 공부하고,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일관된 관심은 현대미술이었고, 결국 지난 90년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디자인하면서 건물 공간구조의 매력에 끌려 14년 동안 건물 설계와 디자인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 그는 대나무 숲 속의 '오디오 룸'이나 '찻집' 등 정신이 숨쉬는 집을 짓는 꿈을 꾸고 있다.
건축물은 단순히 외부의 간섭과 침입을 막거나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사색과 정신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그의 작품은 건축주의 소유도, 건축가의 소유도 아닌 대지와 하늘의 것인듯 보인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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