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분의 합>전체-이머전스(스티브 존스 지음)

여왕개미 만큼독특한 생명체도 없다.

그러나 여왕개미는 알을 낳는 개미집단의 한 구성원일 뿐 '권력자'가 아니다.

일개미들이 여왕개미를 보살피는 것은 여왕개미가 알을 많이 낳는 것이 종족 보존에 유리하다는 유전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개미 각각은 보잘것없지만 개미 집단은 엄청난 일을 해낸다.

개미 집단은 정교하고도 완벽한 순환 시스템을 갖고 있다.

거시적 관점으로 조망하면 개미굴은 하나의 생명체이고 각각의 개미는 단위 세포인 것 같다.

▨이머전스…자기조직화 능력

'1+1=2'이지만 생명체와 같은 복잡계에서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을 과학용어로는 '이머전스'(emergence)라고 한다.

각 구성 요소들이 서로 조직해 보다 높은 차원의 질서와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뉴스위크지가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 중 한명으로 선정한 스티븐 존스는 저서 '이머전스'를 통해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커지는' 현상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75조에 달하는 세포가 끊임없이 활동하는 인간의 몸도 세포 활동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세포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도 없다.

하지만 세포들의 수명은 짧다.

이 기사를 읽는 동안에도 독자들 몸 속 세포는 수천개가 죽는다.

엄청난 세포 교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머전스는 인간의 뇌에도 적용할 수 있다.

뇌는 컴퓨터와 달리 뉴런들이 동시에 작용하는 거대한 병렬 체계이다.

이 때문에 뇌는 슈퍼컴퓨터조차 가질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저자는 도시라는 공동집단도 하나의 이머전스로 보았다.

식량.원료 공급과 배분 등에서 통제된 지시 시스템이 없더라도 도시는 자기 조직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저자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 같은 것)나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이머전스적 요소를 찾아내고 있다.

광범위하고 발전된 형태의 인공 자기조직화 체제가 된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이제는 진정한 집단 지능도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인간사회 그대로 적용은 무리

책은 시민운동과 NGO(비정부기구) 등의 활동 등을 예로 들며, 자발적인 자기조직화가 인류의 미래와 진화의 열쇠라는 낙관론을 편다.

저자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책은 이머전스가 2002년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 미군장갑차 사고로 숨진 여중생을 위한 추모집회,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등 자발적인 집단행위를 해석할 수 있는 도구라고 피력한다.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다는 것은 유기체에서는 분명하지만, 이를 인간 사회에 고스란히 적용하는 저자의 세계관은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보자. 집단 속의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을 따지고 남을 의심하는 속성 때문에 결국 모두에게 해가 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방역 프로그램인 스미스 요원은 인간을 암세포에 비유했다.

모든 유기체 가운데 암세포 만큼 활기차고 역동적인 성장을 보이는 것은 없지만 자신만을 생각한 무한증식 속성 때문에 전체 조직을 결국 죽음으로 몰고간다.

인간이 지구의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들지, 아니면 파멸로 이끌지는 미지수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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