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미사일기지 대응이 쌀 지원인가

북한 용천 참사에 대한 남한의 지원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뜻밖의 보도들이 우리를 당혹케한다.

북한이 신형미사일을 2곳에 실전 배치 중이라는 소식과 정부가 14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에 40만t의 식량을 지원키로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다.

사실 확인이 안된 상황에서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뭔가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다.

북한은 평안도 양덕 등 2개 지역에 지난해 개발한 사정거리 3000~4000㎞의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지하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한다.

현재 공정은 70~80%로 미 첩보위성이 이들 기지에서 약 10기의 신형 탄도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처럼 조성된 남북 우호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핵 개발로도 모자라 괌, 하와이 인근까지 미사일을 쏘아보겠다는 북한의 호전성에 '역시나'를 되뇌게 된다.

앞으로는 물자를 지원 받고 뒤로는 총을 겨누는 이런 이중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더 난해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북한의 적대행위를 조기에 밝히지 않은 속셈을 헤아릴 길이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배치에 대해 적절한 항의표시를 외면해 왔다.

북한 핵을 제외한 미사일, 장거리포, 생화학무기 등의 배치나 철거에 대해 시종 귀를 막고 있었을 뿐이다.

기껏 오늘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식량 40만t 지원을 제안키로 했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국내시세로 6천억원, 국제시세로 1천200억원 상당이다.

정부 보유미가 7만t에 불과해 부족분을 국제곡물시장에서 사서 지원한다는 인심 좋은 소리를 하고 있다.

퍼주기 병이 도지는 모양이다.

남한의 빈곤은 뒷전으로 한 채 못 줘서 안달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

십분 양보해서 퍼주기를 하더라도 거기에는 선의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 엄청난 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한 결과가 지하미사일 기지 건설이라면 어느 국민이 수긍할 것인가. 식량을 지원하기 전에 지하미사일 기지 철거를 먼저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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