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이 푸르름을 더해 가는 5월. 그러나 작고 여린 명희(11.여.대산초4년)에게는 이렇게 눈부신 날들이지만 서럽기만 하다.
엄마.아빠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도, 놀이동산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 마음조차 명희에게는 과분하다.
평소 신부전증으로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한달전 노동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중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 언제 퇴원할지 모르는 아버지를 대할 때마다 명희의 얼굴에는 그늘만 짙어져 간다.
이제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이 아닌 병원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아버지 송병동(44)씨는 교통사고로 다리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어 수술을 해야 하지만 신부전증과 심장, 간 등 장기상태가 나빠 수술마저 포기한 상태다.
또 10여년째 신부전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데다 월 10만원 정도 들어가는 진료비조차 없어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혈액투석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는 명희가 두살 되던 해 가난 등으로 집을 나간뒤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어릴 때부터 정서불안으로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오빠(13.대산초6년)는 학교 부적응으로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명희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해야만 한다.
혼자서 빨래와 밥짓기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해오면서도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다는 명희의 꿈은 아버지가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것. "제 꿈은 아버지가 퇴원해서 세 식구가 경제적 어려움, 건강상의 어려움 없이 오붓하게 다시 모여 사는 거예요".
아버지가 병상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예전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단단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동네 어른들이 과자 사먹으라며 돈을 주면 명희는 그 돈을 꼬박꼬박 모아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 드시고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라며 아버지가 좋아하는 과자를 고르는 현대판 '소녀 심청'이다.
이처럼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며칠 전 학교에서 효행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1세 소녀가 짊어지기에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만 하다.
아버지 입원으로 이들 남매를 당장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 한달 넘게 아버지 병상을 지키며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아침은 대부분 거르고 저녁은 인근 복지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급식을 이용한다.
더구나 현재 받고 있는 30만원 안팎의 정부지원금으로는 관리비와 생활비, 교육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치료비 등을 해결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송씨는 이런 명희를 볼 때면 자식에게 부모역할 제대로 못하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물만 흘릴 뿐이다.
"가난이 죄이지요. 늘어가는 것은 생활의 어려움과 저의 한숨뿐입니다"는 송씨는 "하루빨리 치료를 받아 아이들을 위해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다"며 딸에 대한 애처로움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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