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직전에 놓였던 경북 안동의 서선초등학교는 최근 갈수록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웃 초등학교는 물론 멀리 대도시에서도 학생들이 전학 오기 시작했다.
폐교 위기에 몰렸던 2002년엔 28명에 불과하던 학생이 47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학생 수가 자꾸 줄기만 하는 다른 농촌의 작은 학교와 사뭇 다른 분위기.
한때 전교생이 300명에 달했던 학교였다.
학생들이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02년 부임한 김진호 교장은 학생이 떠나는 원인이 열악한 교육환경과 학부모 이해 부족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김 교장은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먼저 교장실을 헐었다.
한 학년이 고작 3명이라 제 교실조차 없었던 4학년들에게 교실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반칸짜리 교장실이었지만 복잡한 자료실 구석에서 수업하던 아이들에게는 운동장만큼 넓은 교실이 됐다.
학부모들이 소규모 학교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부 환경. 그러나 서선초교는 도시보다 못할 게 없다.
학년당 13학급이나 되는 도시 학교에서 전학 온 1학년 아이는 읽고 쓰는 법을 몰랐다.
알아보니 몇 가지 가정내 문제가 있었다.
많은 아이들을 대하느라 도시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에게 특별히 신경을 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전학 온 아이를 맡은 담임 선생님은 1대1 맞춤교육에 나섰다.
소규모 학교만이 가능한 수업방식이다.
전학 온지 얼마 안돼 이 학생은 읽고 쓰기는 물론이고 컴퓨터 자판을 능숙하게 치며 글도 써낸다.
늘 울기만 하던 아이가 온 종일 깔깔거리며 장난을 칠 만큼 활발해졌다.
이 학교 아이들은 귀가시간이 늦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오후 4, 5시를 넘기기 일쑤다.
일찍 귀가해도 마을엔 함께 놀 친구가 없다.
도시 아이들처럼 태권도 도장이나 학원 시설이 제대로 갖춰졌을 리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수업을 마친 후에도 학교에서 논다.
선생님과 함께 숙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수업시간에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를 질문하고 대답한다.
취미활동도 하고 축구공도 찬다.
선생님들도 거의 매일 퇴근 시간까지 교실에 남아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이 학교를 '온종일 학교'라고 부른다.
이 학교 아이들이 가장 즐기는 운동은 배드민턴. 그렇지만 작은 학교에 체육관이 있을 리 없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궁리 끝에 선생님들이 나서서 이동식 배드민턴대를 설치했다.
겨울엔 양지쪽에, 여름엔 시원한 그늘에 세우면 된다.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자 이웃의 용접기술자가 다른 일을 제치고 쇠로 된 지주 4개를 용접해주기도 했다.
"교장 선생님이 오고 난 뒤 학교가 달라져 오히려 고맙다"며 무료로 일을 해 주었다.
7명의 선생님과 47명의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는 동안 아이들은 별의별 이야기를 다 늘어놓는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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