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사시절 이야기 책으로 펴낸 이종원씨

"70년대 초반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가 없어 엉터리 음악선생을 했던 때가 학생들에게 제일 미안했죠". 46년을 지키던 교단을 지난 2월 떠난 이종원(67.대구 북구 태전동)씨는'학생없는 스승의 날'이 마냥 외롭지만은 않다.

카네이션을 받는 대신 자신들의 인생이 담긴 책을 만들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나눠주었기 때문. 퇴임 뒤 교단생활을 되돌아보며 쓰거나 그동안 틈틈이 모아 두었던 글들을 비롯, 교사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그리워하며 띄운 편지 등을 담은 '그래도 못다한 이야기'가 그 것.

"책을 일부 지인과 제자들에게 보냈더니 40여년 전에 담임을 맡았던 제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편지를 써보냈더군요. 그많은 세월이 지나도 은사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선생님으로서 보람이 아닐까요".

지난 1958년 안동사범학교를 졸업, 대구 서부초등학교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던 이씨는 지난 2000년 대구과학고에서 퇴직했다. 그의 제자사랑은 교직금 중 1천만원을 떼내 장학기금을 만드는 것으로 연결됐고 퇴직 후에도 '가르침'에 대한 열망을 쉽게 접지 못해 올해 2월까지 한 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교단을 지켰다.

그의 장학기금은 후에 동료 교사.학부모들의 동참이 이어지면서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이씨는 "교무실에서 쉬는 것보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게 훨씬 즐거웠습니다. 그런 면에서 입시에 매달린 제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요즘 현실은 너무 안타깝습니다"며 아쉬워했다.

이씨는 "이젠 카네이션을 달아줄 학생도 없어 선생님 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며 평생을 보내 참 다행스러웠다"며 "촌지문제 등으로 스승의 날이 퇴색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대다수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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