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기자의 영화보기-투모로우

지구에 엄청난 재난이 몰려온다.

LA는 토네이도로 만신창이가 되고, 뉴욕의 택시 '옐로우 캡'도 바닷물에 잠긴다.

도쿄에는 참외만한 우박이 쏟아지고, 뉴델리는 폭설에 묻힌다.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6월 4일 개봉 예정)에 등장하는 장면들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신 빙하시대를 그린 작품이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속 보이는 미국 우월주의를 드러냈던 독일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신작이다.

사실 에머리히는 '인디펜던스 데이'로 인해 손가락질 받았다.

미국 대통령이 전투기를 몰고 외계인과의 전투를 진두지휘하며, 인류의 독립기념일이라며 목에 '핏대'를 올리는 연설 대목은 대부분 사람들의 속을 거북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미국 감독보다 더하냐?"라며 할리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 짓'을 다한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투모로우'는 다른 모양이다.

에머리히는 파리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투모로우'는 미국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할리우드가 좋아할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재난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이다.

그 여파로 남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해류에 이상이 생겨 북반구에서 제2의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알다시피 부시 행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계속 거부해왔다.

결국 이 영화 속 인류 참사에는 미국의 '무관심'과 '자국 이익주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실제 제작사인 20세기폭스사는 부시 행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가 이슈가 되지 않도록 보도자료까지 수정했다.

"단순한 오락 재난영화일 뿐"이라며 현 정권과 결부시키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에는 혹한을 피해 미국인들이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장면도 있다.

살기 위해 멕시코 국경을 넘는 현실의 불법이민자를 빗댄 것이다.

펄럭이던 성조기마저 급속 냉각으로 종이조각처럼 얼어붙고, 돌풍에 의해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입간판도 산산조각이 난다.

또 미국대통령이 죽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부통령이 "이제 우리는 제3세계의 신세를 지게 됐다.

우리를 받아준 그들의 호의에 감사 드린다"는 연설 장면까지 있다니 '인디펜던스 데이'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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