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치러진 제57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41) 감독이 시상식과 수상자 리셉션이 끝난 늦은 밤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염세주의자로서 한마디한다면 이제 내 인생에는 내리막길밖에 없는 셈"이라고 농담을 던진 뒤 "그만큼 정점에 서 있다는 말"이라고 기쁜 심정을 표현했다.
올해 칸 영화제 시상식은 수상 사실이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채로 진행됐다. 박 감독은 "수상 사실을 확신하게 된 것은 발표 직전 자신을 촬영하러 카메라가 다가올 때였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거의 황금곰상이 품에 안긴 것 같이 말했지만 결국은 상을 못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평소에 내가 존경하고 심지어 영향을 받은 대가 감독들이 즐비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영화광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겸손하게 심경을 밝혔다.
처음에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목록에 이름이 오르내릴 때도 칸에 갈 정도의 전형적인 예술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저 '특이하게는 생각하겠다' 정도의 짐작만 했다"고 말했다.
"어떤 면에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서양에서 잘 다뤄온 장르를 가지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으며, "이번 수상이 앞으로 자신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이겠는가"라는 물음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겠지만 앞으로 만들 영화 가운데 흥행이 몇 편쯤 안 되면 그럴 때 (투자받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가장 수상을 기뻐할 사람으로는 또다시 복수극의 연출을 맡을지 고민할 때 뒤에서 밀어줬던 아내와 어려서부터 영화에 특별히 애정을 가졌던 어머니를 꼽았다.
"어머니가 영화를 좋아하셨어요. 왜 옛날 분들은 오락거리가 영화 보는 것 정도 밖에는 없잖아요. 지금은 주무실 것 같아 아직 말씀을 전해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그에게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기까지 전환점이 된 일이 있었느냐고 묻자 "…JSA'를 촬영하기 전 단편영화 '심판'을 만들 때"를 꼽았다.
"그 무렵부터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내가 가끔 두 번씩 보게 되는 영화는 알고보니 배우가 연기를 잘하는 영화더군요. 감독이 생각하는 연기는 진부할 때가 많아요. 위대한 배우들은 그런 상투성을 한순간에 뛰어넘죠."
박 감독은 "오늘 같이 시상식장에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긴장되는 순간이 있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은 배우들과 일하면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갈 때 눈앞에 상상도 못할 일이 펼쳐져요. 가장 긴장이 되는 순간이면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순간이죠."
그는 차기작으로 여성판 복수극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어젯밤에도 시나리오를 세 신이나 썼다는 이 영화의 가제는 '친절한 금자씨'. 30대 중반 여성의 복수극으로 영어 제목은 '복수는 나의 것'의 영어 제목 'Sympathy for Mr. Vengeance'와 비슷한 'Sympathy for Lady Vengeance'로 지어놓았다고 한다.
박 감독은 "그동안 남자 얘기가 더 편해 주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왔으나 '여자가 무슨 양념 역할이냐'는 식의 비판도 있어 이번엔 여자 주인공 얘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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