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더컷 (In The Cut)'

'멕 라이언이 벗었다'.

지난 주 일본 스포츠신문에 대대적으로 난 기사 제목이다. 그녀의 신작 '인더컷'의 개봉을 앞두고 나온 기사. '벗었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가수며 탤런트며 영화배우들이 하도 벗어대는 통에 이제 눈길도 가지 않을 정도. 그러나 멕 라이언이면 어떨까.

이제 43살의 중년. 그러나 그녀의 이미지는 여전히 '예쁘다'. 예쁘지 않더라도 '예쁜 척'은 하는 배우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랬다. '프렌치 키스'같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 '이너스페이스'같은 SF마저 예쁜 코미디로 만들어 버리는 마력.

그런 그녀가 벗었다.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좀 더 들어가면 '얼마나 벗었나'가 관심사.

'인더컷'(2003년)은 페미니스트 영화감독 제인 캠피온의 작품이다. '피아노' 등 여성들의 감성과 성적차별을 다뤄온 감독의 작품답게 테두리는 스릴러지만 모순적이고 불안한 여성의 욕망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영문학을 가르치는 프래니(멕 라이언). 그녀는 흑인 속어집을 만들기 위해 외설적이고 적나라한 비속어를 수집하고 있다. 어느 날 뉴욕 뒷골목 작은 바에 들른다. 그 곳 지하에서 오럴 섹스를 하고 있는 한 남자와 파란 손톱의 여자를 훔쳐보게 된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도 강렬한 인상을 받은 프래니. 이후 그녀는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성적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말로이라는 형사가 그녀를 찾아온다. 이웃집 여자가 살해된 사건을 수사 때문. 프래니는 그의 팔에 새겨진 독특한 모양의 문신을 발견한다. 어둠 속에서 오럴섹스를 즐기던 그 문신이다. 그에게서 묘한 성적 자극을 느끼는 프래니는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런데 돌아오던 밤길에서 프래니는 복면 쓴 남자로부터 습격을 당한다. 두려움에 떨던 그녀는 말로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공포와 안도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열적인 정사를 나눈다. 이후 그녀의 주변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불안과 초조는 극에 달한다.

연쇄살인범일지도 모르는 형사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인더컷'의 여주인공은 당초 니콜 키드먼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니콜 키드먼이 제작자로 영화에 참여하게 되면서 대안으로 선택된 인물이 멕 라이언.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가 엽기 스릴러의 여주인공, 거기에 완전 누드의 섹스어필한 여자역이 어울릴까.

자위를 하고, 성폭행을 당하면서, 전라로 침대에서 남자와 뒹구는 멕 라이언의 이미지는 확실히 생소하다. 전라의 앞 모습, 처진 라이언의 가슴을 보면 세월의 흔적까지 느껴져 가슴이 쓰린다(이런 반페미니스트라니!).

이 영화가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다. 멕 라이언의 이미지 때문. '외설적인 단어를 모으기 위해 술 냄새, 남자의 정액 냄새로 가득한 뉴욕 뒷 골목을 헤매는 멕 라이언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

그러나 선입견을 지우고 보면 멕 라이언의 누드 연기는 괜찮은 편이다. 벗을 몸이 쑥스러운지 자주 침대 시트를 끌어당기는 것이 눈에 거슬리지만, 안경테 넘어 자신만의 환상과 욕망을 지닌 여인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오는 4월 30일 한국 개봉 예정. 멕 라이언의 전라와 남자 성기의 크로즈업 등이 어떻게 처리될 지 의문.

제인 캠피온의 신작이란 점도 눈을 끌지만, 일본 스포츠지의 기사대로 '멕 라이언이 벗었다'는 자극적인 말 한마디로도 '군침'이 도는 영화이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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