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차 없는' 유흥업소 자정결의는 '쇼'

"지난 4월의 룸살롱 '2차 없애기' 자정결의는 사실상 쇼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아가씨들로부터 소위 2차를 나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내고 2차에 따른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돌린거죠".

2일 오전 중구 동인1가동 대구여성회4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깊숙히 눌러쓴 채 나온 5명의 여성들. 이들은 "부당한 2차요구에 시달려 왔으며 이로 인해 병까지 얻었지만 거부할 수가 없었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감수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선불금 때문. 1천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 선불금을 들먹거리며 2차를 강요하는 업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것. 더구나 지난 4월 '각서'를 쓰고 난 뒤에는 2차 화대를 못받는 경우도 허다해 빚을 탕감하기는 커녕 점점 불어났으며 '걸리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협박에 시달려 왔다고 했다.

9년째 이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한 '마담'(32)은 "손님들의 외상값은 물론이고 심지어 손님들이 깎는 술값과 카드수수료까지 자신의 미수금으로 올려졌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녀가 업주에게 갚아야 할 빚은 모두 8천400만원에 이르렀다는 것.

또 이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업소와 관련된 기관의 공무원들이 공짜술을 마시고 성상납을 받는 것을 목격했으며 업주는 선불금을 갚지 못한 여종업원들을 안마시술소나 일본 등지로 팔아 넘기는 경우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이들은 "현재는 대구여성회 산하 쉼터에서 머무르고 있지만 경찰 조사가 끝나는대로 새 삶을 찾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또 이중 한 마담은 "지금까지 지은 죄를 반성하고 앞으로는 자신처럼 한때 실수로 선불금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여종업원들의 인권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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