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兎死狗烹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은 흔히 한(漢)고조 유방의 충신 한신(韓信)이 유방에게서 배신당한 후 처형(일설엔 유배) 당하면서 유언으로 남긴 '교활한 토끼가 죽으니 좋은 개는 삶겨지고 높이 날던 새가 사라지니 좋은 활도 창고에 처박혀지고 적국이 깨어지니 지략있는 신하도 죽는구나(狡兎死, 良狗烹 高飛 良弓藏 敵國破 謀信亡)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원래 춘추전국시대 오(吳)와 월(越)나라가 원수지간으로 일진일퇴를 할때 범려라는 지략가가 얘기한 것을 2500년 후인 한신이 인용한 것이다.

범려는 이 말을 가슴에 새겼다가 결국 삶아 먹히기전에 망명도성했다는데서 한신과는 처지가 확연히 달라진다.

월나라 구천이 범려의 도움으로 결국 철천지원수였던 오나라 부차를 죽이고 범려에게 재상자리를 권하면서 함께 있기를 청하자 그는 홀연히 그 제의를 뿌리치고 제나라로 건너가 대상(大商)으로 성공했다고 전해진다.

그를 이렇게 만든 경귀가 '나는 새를 다 잡으면 활도 거둬들이고 토끼가 죽고나면 결국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飛鳥盡良弓藏 狡兎死走狗烹)'였다.

결국 '토사구팽'은 권력에 맛들여진 공신(功臣)은 결국 화를 당하고 자기가 세운 공(功)에 연연하지 않고 적당할때 떠나면 죽음만은 면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검찰의 이번 중견간부 인사를 두고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간에 약간의 알력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중 이번 대선수사에서 능력을 발휘했다고 인정하는 남모 대검중수부 1과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장으로 발표나자 검찰내부엔 당연히 1부장감인데 왜 밀렸느냐 하는게 그것이다.

이를 두고 강 장관은 파격인사를 들먹였고 송 총장은 "조직의 안정을 위해선 능력이 검증된 간부들을 영전시켜야 한다"면서 반박했다고 한다.

이번 인사가 사소한 일같지만 더 깊이 파고들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전초전이 아닌가 싶다.

'고위 공직자 비리조사처'도 검찰로선 걸림돌이다.

▲그동안 이게 뭔가하며 검찰도 의이하게 여겼는데 문희상 의원의 얘기로 확연해졌다.

문 의원은 노 대통령의 국회개원축사에서 특히 부패척결을 강조한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연 검찰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국가정보원도, 감사원도 검찰에 대해선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서 비리조사처가 앞으로 검찰의 감시 내지 견제기능을 할 것이란 걸 강력하게 시사했다.

정치개혁을 검찰이 했다할 정도로 대선자금수사에 진력했던 검찰이 이젠 사정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얘기다.

헌재(憲裁)가 요구했던 노 대통령 친인척비리 관련 수사기록을 넘겨주지 않았던 검찰이었다.

이 대목에서 토사구팽이란 고사성어가 왜 언뜻 떠오를까.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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