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정의 일을 돌보고 가산을 모으고 가풍을 빛내어 집안을 잘 다스리는 책무를 맡고 있다.
아이들은 아버지로부터 권위와 질서의 중요성을 배우며 인간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권위를 인정하고 질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운다.
또 아버지로부터 삶에 대한 투지력과 담대성을 배우며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그것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칠전팔기'의 용기를 배운다.
총명한 용기와 교육정신이 뛰어난 한 사람의 아버지는 한 인간의 성격을 바르게 기르는데 수십명의 선생님보다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성의 사랑과 정신만으로는 담대하고 건전한 성격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있다.
부성의 늠름한 정신과 씩씩한 용기가 더해질 때 건실한 인격이 형성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오늘날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인가. 자녀 교육은 완전히 아내에게 떠맡기고 있으며, 아버지의 권위는 이제 돈지갑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그 외의 일에 있어서도 아버지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집안의 대소사의 최고 결정권자이며 집안을 대표했던 아버지는 이제 모든 것을 아내에게 떠맡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옛날에는 '조상매'라는 것이 있었다.
자녀가 잘못했을 때 회초리를 들고 때리는 대신에 그 자식을 끌고 조상들의 산소 앞에 가 아버지가 스스로 종아리를 걷어올리고 자식으로 하여금 자신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도록 했다.
아버지의 권위가 절대적인 당시 사회에서 이런 일이란 정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때는 아버지가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로 조상으로부터 맞는 매라는 것을 자식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자식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것이다.
과연 오늘날의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우선 아버지의 권위를 먼저 찾아야 하겠다.
그리고 아버지의 권위는 큰소리를 치거나 비싼 장난감을 사줌으로써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있어 근면과 성실, 검소하고 정직한 생활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녀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말만 청산유수인 아버지, 말과 행동이 같지 않은 아버지는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아버지는 권위의 상징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권위만 주장하는 아버지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아버지들은 이제 다시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정면사상을 가져야 한다.
아버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먼저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자녀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없는 아버지는 바람직한 아버지가 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와 같이 있을 때 자녀의 시시한 이야기도 경청하고 같이 뒹굴고 같이 놀이를 배워야 한다.
올해 들어 청소년들의 범죄가 부쩍 늘어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은 가정에서의 '부친 부재' 현상에, 학교에서의 '덕육교육 증발', 사회에서 무분별한 영상매체의 난무 등에서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농사는 일년 잘못 지으면 다음 해가 있지만, '자식 농사'는 한번 잘못으로 부모 가슴에 평생 못이 박인다.
이같은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부권이 상실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아버지를 찾습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여 진정한 아버지의 참모습을 찾아야하겠다.
황춘길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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