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컴퓨터 게임

우리는 인터넷 이용률에서 세계 선두를 다툰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민족성이 그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프로게이머라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지금 우리나라는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 세계적인 '도사'급 아이들도 계속 배출하고 있다.

이젠 초등학생들 사이의 최대 화제는 게임이며,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들에게도 게임이 성장세대를 구별짓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인터넷 시대와 게임문화의 확산에는 그늘과 폐해가 따르고, 부작용들이 독버섯처럼 피어오르고 있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인터넷 중독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지불식간에 우리 청소년들은 가공할 정도로 게임에 탐닉하고 있다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심지어 사이버 공간과 현실을 혼동해 과대망상증에 걸리고, 죄의식이 사라지는가 하면, 사이버 자폐 증세를 보이는 경우마저 적지 않다.

말하자면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는 무서운 결과를 부르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너무 무감각한 게 아닐까.

▲컴퓨터 게임을 오래 하다 피가 엉겨 죽은 사례가 보고돼 충격을 안겨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호 박사는 지난 2002년 10월 PC방에서 나흘 동안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사망한 한 20대 남성을 조사한 결과 폐혈전색전증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냈다.

이같이 컴퓨터 게임을 하다 피가 굳어 생긴 덩어리(혈전)가 폐혈관을 막아 죽었다는 보고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이 보고에 따르면 이 남자는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잠을 거의 자지 않고 80 시간 동안 계속해서 '뮤'게임을 했으며,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숨져 있었다.

부검 결과 양쪽 허벅지 정맥에 혈전이 형성되고, 양쪽 폐동맥의 큰 가지는 피딱지로 막혀 있었다고 한다.

이 박사는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에 혈전이 만들어져 고여 있다가 일어서는 순간 혈관을 타고 이동해 좁은 부분을 막게 된다며, 이는 항공기의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과 거의 같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 'PC의 장시간 사용이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경고문구를 PC에 붙이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이미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게임 중독의 폐해가 깊고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망가지는 청소년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기껏 범죄 예방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서 바짝 다가서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을 그 중독의 늪에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해봐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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