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아홉수'라는 말이 전해온다.
나이의 끝자리가 아홉인 해에는 하는 일이 잘 안되거나 불행한 일이 빈발한다는 속설에 그 뿌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근거는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나이가 새로운 1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이어서 심란하고 착잡하기 때문에 생겼는지, 그런 해에는 마음이 뒤숭숭해 허둥대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으므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경계의 뜻을 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홉수'를 싫어하는 경향이다.
실제 그런 해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 선조들은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슬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새삼 해본다면 '아홉수'는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던 데 연유하는 건 아닐는지…. 나이에 아홉이 든 고비를 잘 넘기기만 하면 앞으로 10년 동안은 만사형통할 수 있을 것이니 용기를 잃지 말고 분발하라는 식으로 격려하기 위해서 이런 속설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기업 4곳 중 1곳의 근로자들이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을 당했으며, 평균 연령은 49.2세로 조사됐다.
어제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고령화시대의 노동시장과 고용정책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말부터 2002년까지 정리해고나 권고사직을 실시한 기업은 전체의 24.3%인 287곳으로 집계됐다.
평균 정년보다 7년 이상 낮은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고작 12.1년이다.
▲한편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복수응답)은 징계가 49.1%로 가장 많고, 인사사고 46.3%, 근속연수 37.6%, 나이 36.6%, 성별 21.6%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들 기업들은 29.8%가 '비정규직 고용 때 재고용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그 다음이 '최종 월평균 보수의 50~70% 지급 때'(25.2%), '파트타임 고용 때'(15%) 등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대부분 비용부담이 적을 경우에 한해 다소의 재고용 의사가 있는 셈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지만,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의 평균연령이 '아홉수'이고, 가장 빈도가 높은 기준인 징계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49'라는 숫자가 공통분모다.
임금근로자들의 조기퇴출 현상이 심각하고, 외환위기를 벗어난지도 한참 됐으나 경기침체는 여전해 답답한 나머지 속설과 연결시켜 생각해보았다.
아무튼 이 통계는 이미 지난 시절의 이야기이므로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었으면 한다.
나아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어려움이 마치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의 어둠과 추위'와 같기를 기대하면서….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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