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의 '오만방자' 자초한 정부

정부가 대북관계를 이런 모양새로 만들어가도 되는 것인가. 서울에서 열린 6.15선언 4주년 기념국제토론회에서 보여준 우리측의 자세는 자존도, 줏대도 없는 모습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그 자리에 왜 갔으며, 북한 대표들의 정치선전을 방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훈계조 연설에서 '뺨 맞은 기분'을 느낀 국민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것은 '김대중도서관'이다.

사설기관의 기념행사지만 정부행사에 버금가는 성격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북한은 이 자리에 차관급인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내려보냈다.

북한이 토론회를 그 정도 무게로 평가하는 것은 그들의 사정이다.

문제는 우리측이다.

토론회가 사설기관 주최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참석하면 공적 성격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그들과 끊임없이 협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 점에서 대통령의 참석은 아무래도 부적절했다.

대통령의 존엄과 국가의 위신을 깎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들의 훈계조 정치선전을 방치한 사실이다.

잔치에 초대된 손님이면 손님으로서의 예의를 갖추게 해야 한다.

반미발언은 그렇다 치고 우리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사실까지 시비를 달았다.

보안법과 주적론 철폐 주장도 했다.

내정간섭 발언에 더해 '과감한 대북 투자'까지 요구했으니 낯두껍기가 이를 데 없다.

정부를 북한의 하부기관 다루듯 하는 모양새였다.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국민들이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오늘은 또 무슨 덜컥수를 놓게 될까 전전긍긍이다.

대통령의 권위 손상은 국가 구심력의 상실과 국익의 손실로 이어진다.

국민들의 면전에서 북한 차관에게 뺨을 맞은 이런 어설픈 의전이 두 번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그런 권위로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의 권위가 무너져 북한에게 얕잡아 보이면 모든 대북협상도 하나마나가 된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 점 유념하여 대북 인식과 자세를 새로 가다듬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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