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질

1976년 6월27일, 승객과 승무원 269명을 태운 파리 발 텔아비브 행 에어 프랑스 민간 여객기가 공중납치 됐다.

중간 기착지인 그리스 아테네를 이륙한 직후였다.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 소속의 중무장한 청년 테러리스트 7명의 소행이었다.

납치된 항공기는 우여곡절 끝에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착륙했다.

이들은 인질 석방을 담보로 투옥 중인 53명의 동료 테러리스트 석방을 요구했다.

▲협상은 결렬됐고 마침내 유태인 인질들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PFLP 상부의 명령이 이들에게 내려진다.

이를 도청한 이스라엘은 즉각 인질구출작전을 폈다.

작전명은 썬더볼트(Thunderbolt). 다행히 우간다 엔테베 공항은 이스라엘 회사가 건설했기 때문에 공항구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이미 입수된 상태. 7월3일 오후, 석방할 테러리스트의 수송기라고 속이고 헬기 4대를 엔테베에 착륙시킨 특공대원들은 이디 아민 대통령의 개인 리무진으로 위장한 벤츠 승용차로 이들에게 접근, 1분45초만에 테러리스트를 모두 살해한다.

▲이어 우간다 군과의 교전이 있었으나 이를 완전히 따돌리고 최초 계획대로 불과 53분만에 작전은 완료된다.

인질과 특공대는 텔아비브 공항에 무사히 도착, 지구촌을 열광시켰다.

그 유명한 '엔테베 구출작전'이다.

엔테베 작전은 최초의 원거리 인질구출작전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작전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엔테베 공항의 구조와 인질억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이스라엘 정보국의 정보수집 능력이었다.

▲인질 납치는 남미의 혁명분자들이 1960년대 초에 주로 사용했던 방법이었는데 위험부담이 아주 적으면서 정치적 선전효과는 높아 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남북한간의 냉전 요인을 제외하면 국제적으로 테러나 인질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만큼 평화를 사랑한 민족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전 국민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된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끝내 무참히 피살됐다.

국민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능력이다.

마치 다 된 것처럼 안이한 자세를 보이다 결국은 파국으로 치닫고 만 것이다.

엔테베 작전에서 보듯 인질구출 성공의 첫째 요인은 바로 정보수집 능력이다.

그런데 김씨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얼마나 정보를 갖고 있었는가. 언제, 왜, 어떤 단체가 무슨 목적으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느냐에 대한 확실한 정보없이 그저 외국 정보에 의존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동정심에 호소했다면 이라크 사태에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과연 무엇이 김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망연자실할 뿐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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