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실리콘밸리와 시스타

대구테크노폴리스 구상에 이어 구미공단의 혁신 클러스터화 계획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두 계획 모두 '세계적' 클러스터를 꿈꾸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스웨덴 시스타를 벤치마킹 모델이자 경쟁상대(?)로 꼽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논의에서 실리콘밸리, 시스타의 성공요인 가운데 중요한 점을 빠트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시스타(66만평)가 세계 2위의 클러스터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동쪽 20km 지점에 북유럽 최대 도시인 스톡홀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스톡홀름의 국제화가 바로 시스타를 국제적인 IT클러스터로 성공시킨 요체였던 셈이다.

노키아라는 세계적 기업에도 불구하고, 세계 25위 클러스터에 그친 울루(스웨덴)와 시스타의 차이는 세계도시 스톡홀름의 존재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고의 클러스터 실리콘밸리가 시사하는 바는 더욱 크다.

실리콘밸리는 수백만 평의 땅을 불도저로 밀고 세운 '신도시'나 '공단'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산타클라라, 산 마테오, 알라메다, 산타크루즈를 연결하는 무려 11억7천500만 평에 집적(clustering)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력공급 체계도 교훈적이다.

고급기술자는 스탠퍼드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중급기술자는 산타클라라대학과 산호세주립대학에서, 초급기술자는 7개 단과대학에서 양성된다.

구미공단이 혁신 클러스터로 진정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구와 경산, 포항의 대학들과 효과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대구테크노폴리스 구상의 성공적 실현이 IT분야의 세계적 생산기반을 이미 갖춘 구미에 의존하고 있고, 구미공단의 혁신 클러스터화란 국가적 과제의 실현 역시 대구의 개방화와 국제화에 달려 있음을 늦게나마 냉엄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구가 세계적 도시로 거듭나고, 대구권-구미가 세계 최고의 클러스터로 혁신되는 날, 전 세계는 '한강의 기적'에 이어 '낙동강의 기적'을 찬양할 것이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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