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스승의 회초리

'고요히 잘 자라. 가지 끝에/바람이 불면 요람이 흔들리는데/보채면 가지가 꺾여/요람이 땅에 떨어지고/아기도 떨어지고…'. 언뜻 듣기에도 조금은 잔인한 노래다.

영국의 아이들은 이런 자장가를 들으면서 자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놀이 때 불리는 노래에마저 회초리 뉘앙스가 들어 있는가 하면, 왕실 풍속으로는 교육을 받는 왕자가 매맞을 일을 했을 때는 대신 당하는 태동(笞童)을 정해 놓고 매질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영국 잡화상들은 체벌용 매를 팔았으며, 매가 벽에 걸려 있어야 신분이 높은 계층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영화 '친구'를 보면 지난날 우리의 체벌 풍경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교사가 학생을 출석부로 때리다가 급기야 무차별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다.

폭행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불량 학생을 다루기 위한 체벌로 거의 당연시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달라졌다.

그랬을 경우 학생이나 학부모가 신고하고, 교사는 형사입건 되거나 거꾸로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게다.

▲최근 대법원이 교사의 회초리 중 형사처벌 대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감정에서 비롯된 행위, 낯선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체벌.모욕하는 행위는 처벌의 대상이다.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이나 교사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 위험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성별.연령.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체벌은 다른 교육수단으로 교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되며, 학생이 안정된 자세를 취할 때만 적법성이 인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가이드라인은 교편(敎鞭)의 편(鞭)자가 회초리라는 뜻이어서 격세지감도 없지 않다.

더구나 스승의 회초리가 상식으로 통했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전통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오늘의 세태에 비춰 '제한된 사랑의 매'만으로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위기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체벌에 대한 논란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게 사실이다.

허용과 금지가 번복되는가 하면, 찬성과 반대 입장도 맞서 왔다.

처벌을 허용하되 가이드라인을 두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도 쉬운 일이 아님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학교에서 체벌을 삼가면서도 학생들에게 민주적 질서의식을 심어주기가 어렵고, 부모들의 과잉 자식 사랑이 숙지지 않는 데 있다.

인권을 존중하되 교권을 침해하지 않는 분위기 만들기가 말만큼 쉬운 일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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