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2004년 8월 대구의 현주소

요즘 '대구'라는 두 글자가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오르내린다.

하루에도 여러 번 대구 이야기를 전국 어디에서나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다.

대구가 전국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도록 하는 것은 단연 더위다.

최고 기온이 사람 체온에 가까운 35℃ 이상인 것은 물론 체감 온도는 40℃에 가깝다.

열대야 기준이 25℃지만 대구는 30℃에 육박한다.

가히 '더위의 도시'라고 할 만하다.

비록 전국 최고 기온의 자리는 최근 몇년 강릉과 포항에 넘겨줬고 올들어서는 밀양 등지에도 밀리는 양상을 보여 자존심(?)을 상하게도 하지만 그래도 더위하면 이구동성으로 대구를 꼽는다.

전국 최고 기온(40℃)의 기록도 대구가 갖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대구를 전국에 알리는 또다른 요인이 있다.

공공부문의 장기 파업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시내버스 파업에 이어 이번에는 지하철 파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른 도시는 파업이 시작하자마자 끝이 났는데도 버스도 지하철도 대구만은 예외다.

발을 묶어 놓았으니 시민들의 불편이 말이 아니다.

더 덥다.

가뜩이나 대화 능력 부재의 도시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여기에 무더위와 불쾌지수가 더해져 노사 양측의 협상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때문일까. 이러다 변변한 기업조차 별로 없는 대구가 '파업 도시'라는 별명을 얻을 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하면 또 떠오르는 것은 대형사고다.

몇 년 사이 두 차례나 지하철 사고로 수백명의 소중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대구가 해외토픽의 머리를 장식, 그야말로 '국제 도시'가 됐다.

'대형사고의 도시'라는 이름이 붙어도 섭섭해 할 일이 아니다.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일기예보를 통해 '찜통 대구이야기'를 접하는 대구 사람들은 파업도시나 사고의 도시라는 불명예보다는 차라리 '찜통 도시', '더위 도시'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또한 지역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턴가 방송 뉴스의 일기예보에서마저 대구 이야기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고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 철이지만 일기예보에서나마 대구가 머리기사로 나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지는 않을까.

비록 녹지비율, 도심 자동차 주행속도 등에서 타 도시를 따돌리고 있다지만 이제 더위마저 1위 자리를 내주면 대구는 더이상 자랑할 게 없다는 냉소와 자조가 더 많은 것 같다.

찜통 더위를 묵묵히 견디고 있는 2004년 8월 대구의 현주소다.이동관 정치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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