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신행정수도의 덫

대구.경북지역에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여론이 높다.

신행정수도 건설 목적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낙후된 지방을 살리기 위한 것인데도 지역에서 이처럼 반대가 많은 것은 아이러니다.

수도권은 반대하고, 충청권은 찬성하는 양대(兩大)구도 속에서 비교적 이해관계에서 멀리 떨어진 대구.경북지역에 반대표가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크게 두가지 효과가 있다.

수도가 남하(南下)할 경우 대구.경북지역의 경제 기능이 수도권으로 보다 쉽게 흡수돼 가뜩이나 피폐해진 지역경제가 결단날 것이라는 '블랙홀 효과'와 수도권이 가까이 오면 아무래도 수도권이 갖고있는 온기(溫氣)를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난로 효과'가 그것이다.

◇ '정서적 반대'의 함정

그렇다면 지역민이 반대한다는 것은 난로 효과보다는 블랙홀 효과를 더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속내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두 효과를 분석할 필요도 없이 이미 대구.경북지역은 반대 정서가 강하다.

지역민들에게 "왜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느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되겠느냐"는 막연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경제적 이해타산보다는 정치적인 정서에 의해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경향이 짙은 셈이다.

이런 거대한 국가적 전략 사업을 막연한 정서에 의해 반대를 하고있으니 지역 특유의 논리가 없다.

마치 '며느리가 미우니 며느리 버선코도 밉다'는 식이다.

비합리적이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이렇다 보니 이상해진 건 지방자치단체다.

속으로는 반대하는데 국가공무원이 정부의 정책을 거역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질질 끌려가며 업무를 추진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비(非)효율인가. 오죽했으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무조건 '노 코멘트'로 일관하겠는가.

그렇다.

지역민의 반대는 정서적인 반대다.

신행정수도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올바르게 추진하겠느냐는 '막연한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 그것이 모두 반대표로 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정서적인 논리로 답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도요토미의 행동이 수상쩍어 조정은 황윤길.김성일을 일본에 사신으로 보냈다.

그런데 돌아와서 보고하는 것이 정반대다.

黃은 "도요토미의 눈빛이 번뜩여 재주와 용맹이 있는 사람 같더라"라고 했고 金은 "그 눈이 쥐 눈 같아 족히 두려울 것이 없더라"고 했다.

바르게 본 것은 黃이다.

그러나 보고를 받을 필요도 없이 조정의 결정은 이미 나 있었다.

黃은 서인이요, 金은 동인이라 동인이 세력을 잡은 그 당시 정서적으로 무조건 金이 정답이었음은 두말할 나위없다.

문제는 金이 사태를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미심쩍은 유성룡이 金에게 물었다.

"그대 말이 黃과 다르니 어찌된 연유인가" "나 역시 어찌 왜가 종내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소마는, 黃의 말이 너무 지나치고 민심이 흉흉해질 것 같아 그리하였소." 당론(黨論)에 따른 정치적 의사결정의 무서운 함정이다.

지금 신행정수도 논란이 한창이다.

여기에는 정치논리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민은 '지역 경제논리'로 무장해야한다.

막연한 정서적 판단보다는 찬반에 대한 냉철한 해부의식을 가져야한다.

신행정수도는 지역민의 명확한 가치판단에 의해 가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 내부 통일 안되면 실패의 지름길

다음은 정부의 태도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국민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한다.

그것이 국민투표가 되든, 국회 차원의 합의가 되든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다.

'제도적 장치'를 다시 한번 확실히 한 후에 밀어붙이는 것이 옳다.

정부와 국민이 따로 노는 정책은 이미 '덫'에 걸린 것이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던 고려말의 최영 장군. 철령(鐵嶺)이북의 땅을 명(明)나라가 차지하겠다는데 비분강개, 애국심에 불타 역사적인 요동정벌을 도모한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최영이 마음은 곧으나 지혜가 적었고 뜻은 굳으나 기다릴 줄을 몰랐다.

민중은 아직 계몽되지 않았는데 내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군(軍)을 일으킨 것은 이성계로 하여금 반대운동을 일으키는 좋은 기회를 준 것이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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