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대구·경북, 따로가는 '이인삼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해 초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대로 된 지역발전을 수립해 제시하면 집중하겠다"면서 "인근 지역과 연계 발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근 지자체와 공동 발전할 수 있는 큰 그림이 경쟁력이 있고 정부는 경쟁력 있는 그림이 현실화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로부터 1년반이 지났으나 대구와 경북은 공동발전 프로젝트를 제시하기는 커녕 같은 사업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 경북은 싸움 중=대구, 경북은 양성자가속기 유치,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입지, 연구개발 특구 지정 등 현안을 두고 매번 충돌하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 특구는 정부가 대덕만 지정하려 하고 있어 대구, 경북이 힘을 합쳐 대덕과 함께 지정받으려 노력해도 부족할 판이다.

인천, 부산, 광양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제주도는 관광특구로 지정되는 등 각 시도가 빠짐없이 특구 아니면 자유구역에 지정됐지만 대구, 경북은 어느 쪽도 해당 사항이 없다.

미리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으면 대구는 연구개발 특구, 포항 구미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아 공동 발전의 길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정치권도 대구, 경북은 견원지간과 비슷하다. 대구, 경북 출신 의원이 함께 모이는 자리조차 없다. 대구의 현안에 경북의원이 무관심하고, 경북 문제에 대구의원은 '내몰라라'다.

연구개발 특구 지정이 이슈로 떠오르자 "대덕-포항, 대덕-대구-광주 2개안 가운데 하나로 합의해 대구, 경북이 힘을 합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로 네 탓=경북의 공무원, 정치인들이 "대구는 자기밖에 모른다"며 큰 집 역할을 못하는 대구가 섭섭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땅이 좁고 산업이 없는 대구는 경북과 함께 발전할 구상을 하지 않으면 장래가 없는데도 대구는 경북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LG필립스 LCD공장을 경기도 파주에 뺏겼을 때 나홀로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김성조(金晟祚) 의원은 "대구의원들이 도와줬으면 큰 힘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대구도 경북에 대해 섭섭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는 경북의 중추관리기능을 담당해야 하는데 대구가 추진하는 일에 경북이 협조할 생각은 않고 사사건건 뺐아 가려한다는 것이다.

◇힘 모으지 않으면 공멸=윤영탁(尹榮卓)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윤종근씨는 "대구가 사는 길은 포항, 구미와 함께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아직도 구미~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완공되지 않고 포항 신항만이 지지부진 한 것이 대구, 경북의 발전이 뒤처진 근본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포항, 경주, 구미 등 경북의 비전을 경북도가 아니라 대구시가 찾고 만들어야 한다"며 대구, 경북의 공동 발전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박찬석(朴贊石) 의원은 "부산은 10년 전부터 김해, 양산, 거제, 진해, 통영 등 인근 경남과 함께 발전하려는 구상을 해왔다"며 "부산, 경남은 경제권이 다른데도 함께 발전하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거제도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착공도 부산 녹산공단을 거제도의 조선사업 등 산업의 배후공단으로 만들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는 것.

박 의원은 "부산, 경남은 경제권이 달라도 함께 가려하는데 대구, 경북은 경제권이 하나이면서도 따로 논다"며 안타까워 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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