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쪽의 백제와 신라를 제외하면 우리 역사에 나타나는 국호나 별칭은 어김없이 동쪽과 관련이 있다.
조선(朝鮮)은 원래 '첫'이란 말과 '샌다'는 말이 합쳐진 우리 옛말이다.
땅이 동방에 있어서 날이 샐 때 햇볕이 가장 먼저 드는 곳이라는 의미다.
뒤에 한자가 수입되면서 소리와 뜻이 비슷한 '아침 조'와 '밝을 선' 두 자를 빌려 조선으로 표기하게 된 것이다.
▲한반도의 별칭인 해동(海東)이나 청구(靑丘)도 모두 동쪽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해동은 단어 안에 '해뜨는 동쪽'의 동이 들어있어 별도의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청구는 동방 바다 밖에 있는 신선 세계의 이름이다.
원 의미도 그렇지만 음양오행 사상에 기초한 글자 뜻풀이에서도 동방의 뜻이 나타난다.
중앙의 황, 서쪽의 백, 남쪽의 적, 북쪽의 흑과 함께 청(靑)은 동방을 지칭하는 것이다.
구(丘)는 땅을 말하니 합치면 '동방의 땅'이 된다.
하늘에 청구라는 별이 있어 조선 땅을 맡고 있다는 고유신앙까지 있었다.
▲역사에 나타나는 동방 국호는 이뿐이 아니다.
고구려의 후신인 발해의 원 이름은 진(震)이다.
주역의 8괘로 풀이하면 이 역시 동방을 뜻한다.
후삼국시대에도 진이란 국호가 있었다.
고구려 재건의 기치를 높이 든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첫 이름이 마진(摩震)이다.
▲중국 사람들은 동방의 나라를 통틀어 '거우리'라고 불렀다.
고구려, 고려 혹은 구려의 음을 따서 쓴 것이다.
중국의 거우리가 서방 여러 나라들로 전해지면서 '코레' 또는 '코리'로 음이 바뀌고, 이것이 코리아로 정착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은 고구려나 고려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한중간 역사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문제가 된 고대사는 물론 정부수립 이전까지의 한국 역사를 홈페이지에서 모두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외교분쟁의 근원을 없애보자는 의도겠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중국 내 고대사 연구를 가로막고, 자신들이 쓴 소설로 고구려사를 훔쳐가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덩치만 컸지 바늘 하나 꼽을 수 없는 이런 도량과 식견으로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발상이 가여울 따름이다.
중국 환상이 처절하게 깨지는 순간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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