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중국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정사(正史)인 이십오사(二十五史)의 곳곳에서 고구려(高句麗)와 신라(新羅) 등 우리의 고대 국가들은 물론 발해(渤海)와 고려(高麗)까지도 '외국'으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중국측 역사에 속한 고구려와 고려는 다르다는 중국측 주장과 달리 '고려를 본디 고구려라고 일컬었다'는 기록까지 나타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인이 쓴 역사에도 한민족의 국가를 이민족이 건국한 외국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증거로 고구려사가 자신들의 지방 역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명백한 역사 왜곡임을 증명하는 학술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고구려사 축소.왜곡 의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高句麗)나 고구려(高句驪), 또 다르게는 고려(高麗)로도 기술돼 있는 이십오사의 고구려에 대한 기록은 주로 역대 정사 열전(列傳)의 동이전(東夷傳) 등에 나타난다.
이와 관련,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한제(朴漢濟) 교수는 "역대 중국 왕조의 정사 열전은 이민족과 주변국가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의 역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고구려가 중국의 입장에서 지방이 아닌 외국임을 입증해 주는 대목은 당나라 이후 혼란기와 거란(契丹)족의 요(遼.907~1125)나라, 여진(女眞)족이 세운 금(金.1115~1234)나라 그리고 한(漢)족이 세운 송(宋.960~1279) 나라의 정사에서 고구려(고려)와 신라, 발해 그리고 왕건(王建)의 고려까지도 '열전 외국편'에 실려 있다.
'구오대사(舊五代史)'에서 고려(고구려)는 '외국열전 2편'에 동명(東明)왕이 세웠다는 부여(扶餘)의 별종으로 기록돼 있다. 신라와 발해 역시 간단하지만 이 외국열전편에 기술돼 있다. '금사(金史)' 열전 '외국 하편'에는 왕건의 고려와 발해에 대한 역사도 나타난다.
또한 '송사(宋史)' 열전 '외국 3편'에도 "고려는 본래 고구려라고 했다"거나 "발해는 고려(고구려)의 별종"이라고 하고 수(隋)나라와 당(唐)나라가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 사실에 대해서도 기술돼 있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부였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런 증거들이 있는데도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학술적으로 논쟁할 가치가 없다"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학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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