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시험에 빠져볼 일이다.
달력에 표시된 D-day를 보며 시험에 응할까 말까 갈등하기도 하고, 대학 입학을 앞둔 고3수험생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시험을 통해 나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은 서른이 넘은 겁없는 아줌마에게도 약간의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험날 아침. 아기 때부터 줄곧 말을 배우고, 그렇게 30년을 넘게 우리말을 써 왔는데 새삼스레 '한국어 능력 시험'이라는 것을 보려니 여간 쑥스러운게 아니었다.
게다가 말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라 그 결과가 어떠할지 심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생이 대부분일 시험장에서 혼자 아줌마일 것이라는 생각에 괜한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다.
두 시간 동안 치러진 시험. 어깨가 뻐근하고 눈도 아프고 풀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고, 말로만 위로하던 고3 수험생들의 부담감이 온몸으로 느껴진 시간이었다.
대학 입학을 위해 혹은 취업을 위해 하루종일 좁은 책상에서 시름해야할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수험생으로서 책상에 앉기 전에 가졌던 나의 생각들은 공부와 시험과는 전혀 부담이 없는 아줌마의 마음일 뿐이었다.
어려운 시험을 앞두고 힘들어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배부른 소리겠지만 가끔은 시험에 빠져볼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각 단체의 무슨 체험 행사처럼 '수험생 체험'이라도 해서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해 보기도 하고, 해삼 말미잘처럼 푹 퍼진 아줌마의 일상이라면 생활에 탄력을 줄 긴장감을 느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방학 보충수업으로 학교에 간 시간에야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수험생 엄마들이 목욕탕의 뜨거운 사우나에 모여 앉았다.
어느 학원에 유명 강사가 있는지, 학원 시간표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 선배 엄마들의 일장 강의를 듣느라 진땀을 뺀다.
모두가 수험생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얼굴인데, 이들을 위한 '수험생을 둔 어머니 자격 시험'이 있다면 어떨까? 도성민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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