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여간 우리 국민의 절반 정도를 달콤한 연애감정 속에 빠뜨렸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세칭 '파리젠느'('파리의 연인' 열혈 시청자)들의 위력이 어찌나 셌던지 엔딩 내용조차 일부 수정하게끔 만들었다.
처음 비극적 결말이 암시됐을 때 득달같이 일어나 해피 엔딩으로 바꾸게 하더니 그 모든 이야기가 결국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대본 내용이란 말에 또 불같은 성화로 결국 작가를 항복시켜 버렸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을 갈구하는지 엿보게 하는 것 같아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에서도 '희망없이 산다'는 응답이 조사 대상자의 69%나 되지 않았던가. '파리의~'의 해프닝도 결국 어수선한 현실을 벗어나 허구의 드라마 속에서나마 잠시 행복감에 빠져보고 싶은 심리에서 비롯됐을 게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그저 삼시세끼 굶지 않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고싶다는 우리네 소박한 바람과는 달리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 현실에 궤도수정을 가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 차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영화 '아폴로 13호'. 세 명의 우주인들이 달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아폴로 13호에 치명적인 폭발이 일어날 위험성을 알게 됐다.
이에 우주인들은 휴스턴의 우주기지에 급박하게 알렸다.
"휴스턴…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다.
"
달 착륙이 불가능했으므로 유일하고도 최우선적인 과제는 비행사들을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는 것이었으나 성공확률은 높지 않았다.
신중한 시간계산과 그에 따른 중간 궤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만약 오류 발생시엔 잘못된 각도로 인해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할때 아폴로 13호는 숯덩이가 되어버리고 우주 비행사는 모두 죽게 된다.
곧 비행사들과 휴스턴 우주센터간에 긴박한 협동작업이 진행되어 39초간의 추진 분사가 시도되고 마침내 아폴로13호는 본궤도에 정확하게 올려졌다.
이후 "휴스턴…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다.
"는 이 말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의미로서 미국인의 관용어가 되었다.
우주탐험에서 궤도수정은 위기상황의 우주비행체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달하도록 방향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호는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날아가고 있는걸까?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긴박한 외침이 환청처럼 점점 크게 들려옴은 왜일까.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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