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전가복

온가족 모인 식탁이 '성찬'

"당신은 집에서는 라면만 먹어도 돼요. 집에 있는 나랑 아이들이 불쌍하지. 아니, 나도 밖에서 먹을 때가 있으니 아이들이 제일 불쌍하지."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해주는 밥이 최고란다.

'정성'이 들어간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하지만 솔직히 집에서 매일 먹는 된장찌개, 콩나물국보다는 회식 자리에서 먹는 산해진미가 훨씬 더 맛있지 않은가? 일 때문이든 어쨌든 남자들 밖에서 잘 먹는 것만은 사실임을 인정할지어다.

이것이 '전가복(全家福)'에 관한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의 나의 논리였다.

진시황의 유학자 탄압에서 유래되었다는 중국음식 '전가복'의 유래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새해를 맞으면서 온 가족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모여 찍는 가족사진을 '전가복'이라고 한단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그 해에는 가족사진, 전가복을 찍지 않는다고. '전가복'은 그렇게 '모든 가족이 다 모였을 때'만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뜻일 게다.

주말 가족이 된 지 1년.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주말에 특별히 전가복을 만들 계획이었다.

가끔 가는 중국집에서 비싼 가격에 한 번도 시켜먹지 못했는데 온 가족이 워낙 해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빠가 오는 주말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함께'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서. 비싼 재료들이지만 큰맘 먹고 준비를 했건만 일이 있어 일요일 한밤중에서야 집에 온 남편. 하지만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월요일 새벽 5시 반에 차려 낸 전가복. 한잠이 들어 있는 아이들을 깨울 수 없어 온 가족이 함께 마주 앉아 먹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남편과 나, 두 아이가 월요일 아침을 '전가복을 함께' 먹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맛있네."

"사실 사먹어 본 적이 없어 전가복이 이 맛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맛은 있죠? 해삼이 들어갔으면 더 맛있겠지만."

남편과 두 아이, 넷이서 함께 먹는다면 된장찌개에 김치뿐이라도 그건 우리에겐 늘 '전가복'이리라.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전복 3개, 오징어 1마리, 조갯살 50g, 대하 10마리, 칵테일새우 15마리, 양파 1개, 죽순 50g, 피망 푸른 것 붉은 것 각 1개, 청경채 100g, 당근 5㎝, 새송이버섯 1개, 녹말물(녹말가루 1큰술+물 2큰술), 굴소스 1큰술, 생강술(또는 청주)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소금과 후추, 올리브유 약간

◇만들기=①전복과 오징어, 조갯살, 새우는 깨끗이 다듬어 묽은 소금물에 씻은 뒤 소금과 후추, 생강술로 밑간을 해둔다.

②양파는 5㎜ 정도로 채 썰어 피망도 비슷한 크기로 썬다.

③당근은 모양 칼로 꽃모양을 만든 뒤 3㎜ 정도의 두께로 썰고 죽순은 길쭉하게 썬다.

④새송이버섯은 길게 반으로 자른 뒤 당근과 비슷한 두께로 어슷하게 썰고 청경채는 뿌리부분만 잘라 길게 준비한다.

⑤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약간 둘러 뜨거워지면 양파와 당근을 가장 먼저 볶는다.

⑥밑간을 해둔 해물을 넣고 볶다가 새송이버섯, 죽순, 피망 순으로 넣고 볶는다.

⑦굴소스로 간을 한다.

⑧청경채를 넣은 뒤 녹말물로 국물의 농도를 맞춘다.

⑨불을 끈 뒤 참기름을 넣고 잘 섞은 뒤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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