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영천중학교 운동장에 초로(初老)의 신사들을 가득 태운 버스 한대가 도착했다.
학생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이들은 10일 개교기념 행사로 열리는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앞두고 졸업한지 40, 50년 만에 서울 등 전국 각지서 모교를 찾은 영천중 졸업생이었다.
이들은 이어 각자 한 반씩 맡아 24개 교실에서 일일 교사로 수업을 진행했다.
재경(在京) 영천중동문회를 주축으로 한 출향선배들이 14개 반을, 고향과 모교를 지키고 있는 재향 동문들이 10개반을 맡았다.
영천중 11회 졸업생인 서강대 박홍(63) 이사장은 "손주뻘 후배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며칠을 고민했다"며 "가슴에 담아 두었던 진솔한 말을 들려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 각자는 모두가 귀한 존재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마음의 중심만 잡으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릴 것입니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박 이사장과 영천중 동기인 신방웅 충북대 총장은 포장길이라고는 단 한 곳도 없었던 어릴 적 영천풍경을 전하면서 "건설공학도가 된 것은 학창시절 선생님께서 '프랑스 파리에는 도로가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다'고 전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모교 방문단 가운데 가장 선배인 정문식(5회) 서울대 명예교수는 "여러분들에게 들려줄 말을 며칠에 걸쳐 정리하고 보니 모두 내 학창시절 선생님들이 해 주신 말씀이었다"며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해 수업을 지켜보던 현직 교사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영천중 학생들은 학창시절 꿈과 이성관계 등 고민을 대선배들에게 털어놓으며 세대를 뛰어넘는 정을 나누었다.
박홍 이사장 등 선배들은 생활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이날 행사를 마쳤다.
박홍 이사장은 "선배들은 현재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후배들은 선배들을 표상으로 삼아 분발의 계기를 주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며 "동심으로 되돌아가 후배들과 어울린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고 말했다.
영천·박정출기자jcpar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